그러나 너무도 생생한 6·25전쟁의 참상과 그 전쟁의 발발 원인, 미국과 소련의 헤게모니 싸움, 중공군의 참전 등이 복합적으로 상승하며 열독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이 책은 광복 70주년, 6·25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에 나왔다.
북한의 기습 남침을 받아 존망의 기로에 몰린 대한민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망국의 위기에서 벗어나 생존하게 되는 과정을 심층 분석한 본격적인 연구서다. 먼저 미국의 트루먼 행정부는 전략적 가치가 없다 해서 군사력으로 방어할 대상국가에서 제외한 한국에 어떤 이유로 지상군까지 파병하기로 결정했는지 그 경과와 배경을 분석했다.
또한, 당초 38선 이북으로의 북한군 격퇴만을 목적으로 했던 유엔군이 그들의 작전목표를 어떤 과정을 거쳐 북진통일로 바꾸었는지를 조명한다. 아울러 북한 전 지역의 완전점령을 눈앞에 두고 전개된 크리스마스 공세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참패로 끝나 통일의 꿈이 물거품이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도 규명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의 세 주역이었던 트루먼 대통령, 애치슨 국무장관 및 맥아더 유엔군사령관 사이의 협력과 갈등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분석방법을 통해 지난 역사를 배우는 데 있어서도 대단한 업적을 쌓은 역작이다.
8월 24일자 조선일보 사설엔 [美 '文 정부' 찍어 작심 비판, 韓 빠진 '新애치슨 라인' 우려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전격 파기한 데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실망했다(disappointed)"고 했다.
국무부는 별도 논평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 결정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 도전과 관련해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말해왔다"고 했다.
미 국방부도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개 비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한 것이다.
'왜 한국이라고 하지 않고 문 정부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문 정부가 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엔 문 정부가 전통적 동맹 한국이 걸어왔던 기본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이 들어 있다.
지금 문 정부의 행동이 한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암시도 깔려 있을 수 있다. (중략)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 축으로 동북아 안보를 챙기려는 미 전략 구상의 핵심이다.
일본에 보복한다는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카드가 미국을 격앙시키고 한·미 동맹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한국이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 "한국이 배제된 신(新)애치슨 라인이 그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 비판은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문 정부가 애초 '협정 유지' 쪽에 무게를 뒀던 것도 이런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막판에 돌변한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국 사태'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다시 재미 봤던 '반일(反日)'로 국면을 바꾸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중략)
안보가 총체적 난국인 이 상황에서 정권이 최후 보루인 한·미 동맹마저 흔든다. 제동장치가 풀린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다." =
사설에서 언급한 '애치슨 라인'이란 무엇일까?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은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애치슨(Dean Gooderham Acheson)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뜻한다. 1950년 1월 12일 애치슨이 전미국신문기자협회에서 행한 '아시아에서의 위기'라는 연설에서 처음 언급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외교문제 해결의 중책을 수행한 애치슨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영토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하여 태평양에서의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발언하였다.
즉, 방위선 밖의 한국과 타이완(臺灣) 등의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공격에 대해선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6·25전쟁의 발발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치슨은 이 연설로 공화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군사전략상 도서방위선(島嶼防衛線) 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6·25전쟁과 미국]에도 이와 연관된 부분이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6.25전쟁은 남한의 공산화를 꿈꾼 김일성의 발의에 의해 비롯되었지만 남침 계획부터 소련의 스탈린이 개입한 동서냉전의 산물이었다.
여기에 중공의 마오쩌둥까지 자국의 군대를 동원한 합작품이었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격 파기한 데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실망했다"고 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
[6·25전쟁과 미국]의 P.334에 이와 연관된 의미심장의 글이 등장한다.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에 군대나 기지를 유지해야 할 전략적 이익은 별로 없다.(후략)" 더욱이 지금의 美 트럼프는 모든 걸 돈으로 치환하는 자국우선주의 마인드에 경도돼 있다.
만약에 논조처럼 '新 애치슨 라인'이 구축되고 미군이 철수까지 마친다면 가뜩이나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최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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