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이튿날 열차를 타고 수원으로 갔다. 지하철로 한 정류장 거리인 세류역에서 내리니 사돈어르신께서 차를 가지고 오시어 환대해 주셨다.
"외손자 보심을 축하드립니다!" "친손자까지 보셨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덕담을 나누며 음식점으로 갔다. 서울서 온 딸과 사위, 외손녀가 반겼다. 낯가림이 심한 외손녀는 필자가 녀석을 품에 안자 마구 울었다.
우는 모습조차 너무도 예뻤던 외손녀!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리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신생아실의 유리벽 사이로 친손자를 일견(一見)했다. 새록새록 잠든 모습은 천사에 다름 아니었다.
제 아빠와 엄마를 쏙 빼닮은 모습에선 다시금 '씨도둑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친손자와의 짧은 시간 면회 일별(一別) 뒤 아내는 준비한 출산 축하금을 봉투에 담아 며느리에게 건넸다. "많지는 않지만 맛난 거 사 먹거라."
"어머님, 고맙습니다." 8월 14일자 중앙일보에 [다자녀 아닌 첫째만 낳아도 출산축하금 1670만 원 주는 동네]라는 뉴스가 올라 눈길을 끌었다.
= "강원도 삼척시 공무원 송00 씨는 지난달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빠가 됐다. 송 씨는 매달 25일 강원도에서 육아기본수당을 30만원을 4년 간 받게 된다. 또 삼척시에서 주는 출산장려금 200만 원을 2년에 나눠 받는다.
여기에 1년간 매달 3만 원의 출생아 지원금도 나온다. 세 가지 지원금을 합하면 1676만 원이다. (중략) 7월 말 기준으로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가장 혜택이 큰 곳은 강원도 삼척시다.
강원도 육아기본수당 1440만 원, 삼척시 출산장려금 200만 원, 출생아 지원금 36만 원 등 총 167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은 강원도 양양군으로 총 1660만 원이다. 상위 18위는 강원도 시·군이 싹쓸이했다.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이 워낙 많아서다. 강원도가 파격적 정책을 도입한 이유는 인구 절벽이 여느 시·도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17개 시도 중에서 최고 수준의 감소율이다. 강원도의 2001년 출생아 수는 1만6873명에서 2017년 8958명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삼척시는 2015년엔 0세 아동이 393명이었지만, 2015년엔 373명, 2017년엔 340명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중략) 강원도를 제외한 시·군·구 중에서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이 가장 많은 데는 경북 봉화군 700만 원이다.
다음으로 경북 울릉군 690만 원, 충남 금산군 630만 원, 경북 영덕군 540만 원이다. 첫째 아이 때 5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데는 강원도 18곳을 포함해 경북 봉화군 등 27곳이다. (후략)" =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것이 바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다. 이런 관점에서 세종시는 출산율 전국 1위의 '젊은 도시'로 인구가 더욱 팽창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육아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탄 역시 출산율이 높은 건 삶의 질이 우수하고 젊은이들 또한 많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저출산은 결혼 기피와 함께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중요 요인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예산을 마련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약 100조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기조의 반전은 일어나고 있지 않으니 정말 큰일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이는 아이 하나 키우기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새삼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잘 키운 인재 하나는 수백 만 명을 먹여 살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외손녀와 친손자까지 얻은 필자는 지금 만석꾼 이상으로 부자가 된 느낌이다.
두 손자가 모두 제 엄마와 아빠처럼 동량지재(棟梁之材)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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