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인간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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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인간 소고

박승용 한의사·아이누리한의원 세종점 대표원장

  • 승인 2019-08-08 09:20
  • 수정 2019-08-20 10:36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박승용 한의사(칼럼필진)
박승용 한의사
나는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보다는 어딘가 약해지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이런 분들은 우선은 안 아파지는 것도 중요 하지만, 자신이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 그래서 보통의 대부분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러 대상을 비유를 통해 사람의 생리 현상과 병리 상태를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과정들이 자주 있다 보니 공상이 취미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예를 하나 들어 보면 자동차다.

자동차랑 사람 몸이 무슨 관계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아침 일찍 출근 때부터 심야 버스까지 자동차로 시작해서 자동차로 끝나는 일상생활을 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차를 이용 생활하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있고 남과 여, 노와 소가 각각 이긴 하지만 차에 대한 지식들을 이야기를 한다.

자동차의 엔진을 중심으로 사람의 오장육부를 비유해 본다면, 자동차의 엔진은 사람에게는 심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엔진은 외부에서 흡입된 산소와 연료통 속의 기름을 태워 힘을 만들고, 사람의 심장은 코로 들여 마신 산소와 입으로 먹은 밥을 밥통에서 소화해서 힘을 만든다.



좋은 산소를 얻기 위해 필터나 공기를 압축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사람은 코나 기관지의 점막을 거쳐 폐에서 산소를 얻는다.

기름을 저장하고 걸러주는 연료통과 필터 노즐이 있듯이, 밥 먹은 것을 소화하는 밥통인 위와 영양분의 흡수를 도와주며 운송하는 비장이 있다. 여기서 비장은 양의학적인 비장(spleen)하고는 다르다. 사람들은 보통 이 두 가지를 합해서 그냥 ‘비위’라고 부른다.

또 자동차는 뜨거워진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라디에이터가 있어야 하고, 사람의 경우 한의학에서 물의 속성이라 하는 신장이 그 물을 끌어올려 불의 속성을 가진 심장의 열을 식혀줘야 건강하다고 한다. 이런 정도로 생리 현상을 말하고, 병리를 설명하면 어떤 환자가 평소 숨이 차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없고, 깊은 잠도 못 자고, 어지럼증도 있어서 한의원에 방문했고,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 중 심장에 문제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겼다고 말할 때는 두 가지 경우를 나누어 설명한다.

‘심장이 약해져서 이런 증상들이 생겼네요’와 ‘심장이 원래부터 약해서 이렇게 됐네요’라는 그냥 듣기에는 그 말이 그 말 같아 잘 이해를 못 하는데 이런 경우 자동차에 비유해서 말하면 이해가 편해진다.

심장이 약해졌다는 원래 그랜저 차체에 그랜저에 맞는 엔진이 들어가서 잘 타고 다니다가 10년 정도 지나니까 엔진이 고장 나기 시작하고 출력이 떨어져서 언덕을 오르거나 에어컨을 켜면 차가 덜덜거리거나 힘이 딸리는 증상이 생기는 거다. 심장이 약하다는 큰 그랜저 차체에 작은 아반떼 정도의 엔진이 있어 새 차일 때는 그나마 다녔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차에 부하가 많이 걸려 차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거다. 그러니 평소에 무리하지 말고 장거리 운행 중이면 휴식을 자주하고 트렁크에 짐 싣지 말고 다니라고 한다.

뭐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아반떼 차체에 그랜저 엔진이 들어가면 우리가 보통 ‘인간 에너자이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건강한 꼬맹이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거 같아, 체간에 비해 심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생각된다. 한시도 쉬지 않고 ‘쫑알쫑알’, ‘빨빨빨’ 사고 치는 것을 보면.

/박승용 한의사·아이누리한의원 세종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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