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화채와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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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화채와 캠프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 승인 2019-08-01 09:39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김용각 건축사 대전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요 며칠 사이, 강렬한 햇볕과 데워진 듯 뿜어대는 후덥지근한 공기의 흐름이 모처럼 여름이라는 계절을 한층 느끼게 해준다. 빨갛게 익은 수박을 썰고 시원한 설탕물에 얼음을 둥둥 띄어 먹었던 어린 시절 화채가 그리워지는 것은 필자가 나이 먹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추억거리일 것이다. 요즘은 셀 수 없는 다양한 음료들을 한 집 건너 있는 커피숍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그 화채의 명성은 사그라진지 오래되었지만 그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전의 여름방학 때에는 아이들을 다양한 캠프에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성행했었다. 과학, 수학, 영어를 선두로 한 학업캠프와 각종 악기를 다루는 캠프는 물론 신앙캠프까지 부모들은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자녀들을 입소시키기 바빴다. 심지어 외국으로 영어캠프를 매년 보내기도 하는 것을 보며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던 적이 있었다.

과도할 경우 경비도 많이 들고 아이들의 자율적인 학습 습관을 해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위화감 조성도 할 수 있지만, 적정한 수준과 아이들의 호응이 있다면 아이가 잠시 부모와 헤어져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도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고, 생소한 규칙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귀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암튼 적정하고 자율적인 캠프가 성공하더라 하는 얘기다.

대전의 건축계에도 정말 귀한 캠프가 있다. 바로 '대전건축디자인캠프'인 것이다. 1989년에 국내 최초로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만들고자 관내 건축학과 교수들과 건축사들이 (사)도시건축연구원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매년 일주일 정도의 캠프를 꾸준히 개최했었다. 입소식부터 시작해서 강의와 토론, 설계는 물론 간단한 체육 활동과 캠프 화이어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과 교수, 건축사가 혼연일체가 되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캠프였다고 자부한다. 서울을 비롯해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하였던 존재감이 강한 자랑거리였지만 아쉽게도 '대전건축문화제'를 태동시켰던 2009년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단되었고, 중간에 한 번 다시 시도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었지만, 지속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 다시 한번 재기를 시도하기로 했다. 대전건축디자인캠프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의미를 잘 알고 목말라했기에 교수들과 건축사들이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지역의 건축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찬의 손길을 주어 서른 명의 학생과 스무명 정도의 스탭과 튜터들이 2박 3일간 이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캠프를 통해 학생들의 건축적 사고가 확장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또한 교수와 건축사가 연합하여 지역의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방향성을 도출하며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열띤 토론과 작업으로 땀범벅이 되어 있을 학생들과 튜터들에게 얼음 둥둥 시원한 화채 한 그릇씩을 안겨주는 추억거리를 만들어봐야겠다.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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