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건강한 식생활을 회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건강한 식생활을 회복해야 한다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19-05-23 11:05
  • 신문게재 2019-05-24 23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을지대학교의료원 이승훈 의료원장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요즘에 먹는 일이 매우 왜곡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 줄 우리는 잊고 살고 있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생명력이고 기적이다. 그런데 대중매체에서는 1일 1식, 간헐적 단식, 혼밥, 먹방 등이 유행이다. 아무 책임 없이 근거도 미약한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마구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먹지 말라고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먹는 것을 부추긴다. 건강한 아름다움보다는 사진이나 화면에 잘 어울리는 마른 체형을 대중들이 선호하게 하여 불필요한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식탁 문화는 더 삐뚤어져 가고 있다. 가족 관계가 변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이 유행한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노인들 사이에서 영양과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연구자 등이 2018년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65세 이상의 일본 노인 7만 명의 사망률을 조사하였는데 흥미롭게도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여도 혼밥을 하는 노인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더 놀라운 것은 독거노인보다 혼밥노인의 사망률이 높았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나이든 어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노인을 보호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마른 사람보다 적당히 살찐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비만의 역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노년에는 어느 정도 뚱뚱한 사람의 수명이 길고 건강하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노년에는 체중이 한번 줄어들면 회복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노인은 다이어트를 하면 안된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영양 상태가 나쁘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식사가 부실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노화에서 발생하는 근육 감소 현상인 사르코페니아가 심해지고 활력이나 생기가 줄어들어 걷기가 힘들고 넘어질 가능성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포함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미국인을 상대로 실시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특히 노인의 경우 비만인 사람이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면에서도 비만한 사람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른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본의 연구 결과를 보면 중년 남성에서는 비만군의 사망 위험이 저체중군보다 높았지만, 65세 이상 남성에서는 오히려 저체중군의 사망 위험도가 비만군보다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높은 체질량지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없는 반면, 낮은 체질량지수는 사망률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현재의 비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은 비만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과체중인 사람이 암 수술 후 사망률이 낮고, 뇌졸중에 걸려도 회복력이 빠르며, 심장병 환자 중에서도 마른 사람보다는 적당히 살이 찐 환자가 더 경과가 좋다. 실제로 우리 국민도 현재의 기준으로 저체중 사람의 사망률이 높고, 심혈관질환 환자의 사망률도 비만환자에서 낮고 저체중 환자에서 높다. 위암, 유방암 환자도 과체중인 사람이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생존율이 더 높았고, 65세 이상 고령인은 살찔수록 뇌졸중이 나타나도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이와 같이 건강에 치명적 문제로 여겨지던 비만이 오히려 건강에 순기능을 하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체중은 변하기 때문에 젊을 때에 비해 조금 비만한 상태가 건강 체중이고, 그 이하일 경우 영양실조에 해당한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지나친 체중 조절은 피해야 한다. 특히 노인 혼밥은 사망률을 높인다고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잃어버린 정상적인 삼시 세끼를 되찾을 때이다.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한 끼니를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귀한 일이다. 어른을 모시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식탁에는 평화와 치유 그리고 생명력이 있다.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