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
식탁 문화는 더 삐뚤어져 가고 있다. 가족 관계가 변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이 유행한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노인들 사이에서 영양과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연구자 등이 2018년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65세 이상의 일본 노인 7만 명의 사망률을 조사하였는데 흥미롭게도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여도 혼밥을 하는 노인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더 놀라운 것은 독거노인보다 혼밥노인의 사망률이 높았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나이든 어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노인을 보호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마른 사람보다 적당히 살찐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비만의 역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노년에는 어느 정도 뚱뚱한 사람의 수명이 길고 건강하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노년에는 체중이 한번 줄어들면 회복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노인은 다이어트를 하면 안된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영양 상태가 나쁘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식사가 부실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노화에서 발생하는 근육 감소 현상인 사르코페니아가 심해지고 활력이나 생기가 줄어들어 걷기가 힘들고 넘어질 가능성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포함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미국인을 상대로 실시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특히 노인의 경우 비만인 사람이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면에서도 비만한 사람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른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본의 연구 결과를 보면 중년 남성에서는 비만군의 사망 위험이 저체중군보다 높았지만, 65세 이상 남성에서는 오히려 저체중군의 사망 위험도가 비만군보다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높은 체질량지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없는 반면, 낮은 체질량지수는 사망률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현재의 비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은 비만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과체중인 사람이 암 수술 후 사망률이 낮고, 뇌졸중에 걸려도 회복력이 빠르며, 심장병 환자 중에서도 마른 사람보다는 적당히 살이 찐 환자가 더 경과가 좋다. 실제로 우리 국민도 현재의 기준으로 저체중 사람의 사망률이 높고, 심혈관질환 환자의 사망률도 비만환자에서 낮고 저체중 환자에서 높다. 위암, 유방암 환자도 과체중인 사람이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생존율이 더 높았고, 65세 이상 고령인은 살찔수록 뇌졸중이 나타나도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이와 같이 건강에 치명적 문제로 여겨지던 비만이 오히려 건강에 순기능을 하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체중은 변하기 때문에 젊을 때에 비해 조금 비만한 상태가 건강 체중이고, 그 이하일 경우 영양실조에 해당한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지나친 체중 조절은 피해야 한다. 특히 노인 혼밥은 사망률을 높인다고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잃어버린 정상적인 삼시 세끼를 되찾을 때이다.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한 끼니를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귀한 일이다. 어른을 모시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식탁에는 평화와 치유 그리고 생명력이 있다. /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