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투석과 악플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읽기] 투석과 악플

  • 승인 2019-05-01 15:28
  • 신문게재 2019-05-02 23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1060994808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브루나이가 지난달 초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형법을 도입했다.

법에는 동성애자나 간통죄를 저지른 이는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절도범의 경우 초범은 오른 손목을, 재범은 왼쪽 발목을 절단하고, 미성년자도 처벌에 예외를 두지 않았다.

'투석사형'은 이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간통했거나 기본적인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여성 등에게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줄이어 브루나이에 대해 비판하며 새 법 폐기를 요구했다. 또한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전세계 저명인사들뿐만 아니라 각국 기업들까지 브루나이왕족이 소유한 호텔 등에 대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등 '브루나이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브루나이는 요지부동이다.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의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다.

1967년 직위에 오른 볼키아 국왕은 석유를 독점하며 절대권력을 휘둘러왔다.

석유는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출의 98%를 차지한다. 국왕은 이 수익을 독점하면서 대신 국민들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연금 등을 제공한다. 개인과 기업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대신 왕실을 비판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국영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새 형법 시행에도 내부의 비판 목소리는 미미하기만 하다.

생물계의 두 갈래 중 움직일 수 있고,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어 다른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생물을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동물이다. 하지만 동물 모두가 사람은 아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해하고 잡아먹기도 하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성경 '요한복음'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간음하다가 잡힌 한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선생님, 이 여자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의 법에는 이런 여자를 돌로 쳐죽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예수에게 물었다. <중략> 그러자 예수님은 일어나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사람이 먼저 그 여자를 돌로 쳐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땅바닥에 무엇인가 계속 쓰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아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하나씩 둘씩 모두 가 버리고 예수님과 거기에 서 있는 여자만 남았다. 예수님이 일어나 그 여자에게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죄인 취급한 사람은 없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녀는 "주님,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때 예수님은 "그렇다면 나도 너를 죄인 취급하지 않는다.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하고 말씀하셨다'라는 내용이다.

투석은 일종의 손가락질 형벌로도 볼 수 있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듯 돌을 던지는 것이다. 요즘은 댓글로 손가락질을 한다. 악플을 다는 행위는 돌맹이를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석'은 지금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현옥란 편집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