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대전건축사회장 |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과 도전 앞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지혜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는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의 [하워드의 선물]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온다.
현대의 도시는 너무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고 너무 다양한 것을 담으려고 한다. 그 도시에 어울리는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 구별하고자 하는 여유도 없이 마구 채워나간다. 쇠퇴한 도심의 건축물은 쓸모를 따지지도 않고 허물어지고 있고 수십 년의 기억을 묻으며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고만고만한 건축물로 또 채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비움과 채움은 조화로운 어울림이다. 남들이 채울 때 비울 수 있는 용기와 소중한 것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는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 비우면 당장 손해일 것 같지만 결국은 가치 있는 효용으로 다시 채워짐을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건축은 당장의 만족보다는 '남기고픈 유산'임을 깨닫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늘의 빈터에, 어제의 기억을 담고자 노력할 때 그 도시는 역사를 잇게 되고, 지역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삶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까지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우리'가 되도록 꾸준하게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고 참여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삶은 짧고 유한하지만, 그 삶들의 집합체는 연속적인 유기체로서 도시를 형성하고 숨 쉬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균형 있는 도시의 발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전진해야 할 것이다.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의 마음을 모으는 '시민 마음 펀드' 모으기 운동이라도 펼쳐 함께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극대화했으면 한다. 우리가 잘사는 방법은 우리가 우리를 잘 알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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