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
취직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청년이 있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고시원을 잡게 된다. 처음으로 생긴 자신의 공간에 설레던 그는 고시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고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내 고시원을 옮겨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점점 밖에서 나돌며 고시원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이미 직장과 연인 등 사생활까지 얽혀 쉽게 빠져 나오기도 힘들어지고,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청년의 모습은 '그들'을 닮아간다. 오는 27일 전역하는 배우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화제가 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웹툰 속의 주인공 종우는 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고시원에서 공동으로 쓰는 냉장고 속 반찬이 사라지는 등 사회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짜증과 스트레스로 욕설을 내뱉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 눌러 담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유독 울컥하게 되고 화가 조절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일례로 개인마다 다른 기준선을 침범하게 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바닥에 침을 뱉거나 대중교통에서 백팩을 매는 것부터 새벽에 들리는 물소리 등의 소음까지 모두 분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분노의 크기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철학자 사르트르의 명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모여도 각자 다른 말투와 가치관, 습관 등으로 부딪히기 십상인데 이 넓은 세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타인들과 어울려 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느 날 종우는 회식이 끝난 후 고시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는 사거리에 난 사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며 종우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갑자기 '성악설'을 주제로 꺼낸 기사는 "사람은 악한 본성을 품고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성을 억누르며 통제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은 공존할 수 없는 동물일 수도 있다"며 "서로 필요에 의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각해 볼만 한 말이다. 인공 지능은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녹아들었고 IT 기술 등 4차 산업이 더욱 진보하는 지금, 어쩌면 서로가 단절돼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아직은 사회에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타인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배려와 양보는 필수다.
웹툰의 제목을 생각하며 회사에서의 '나'를 떠올려봤다. 나는 타인에게 지옥인지 아닌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 했다. 타인에게 지옥이 되기 않기 위해선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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