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낙준 주교 |
나는 인간 존중의 방법을 고민하는 그분을 위하여 더 많은 시간을 내어 기도했고, 앞으로도 그분을 위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집단의 리더, 한 사회의 리더, 한 나라의 리더, 한 인류의 리더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한 가지가 바로 기도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나보다 더 출중한 사람이니 내가 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으나 그럼에도 그 리더를 위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을 요청하는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런던방문 이후 아프리카 케냐로 가서 아프리카 여러 지역의 리더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부족으로 이뤄진 아프리카 지역 안에서 자기가 자라난 종족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서 다른 종족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리더들의 고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장벽들을 넘어가는 리더들을 보고서 하느님의 힘이 그들에게 내려오기를 빌었습니다. 서로가 등지고 갈라질 수 있는 요소가 많아도 또한 하나 될 이유가 더 크기 때문에 분열을 넘어서 하나 되는 길을 찾는 아프리카의 리더들을 보면서 고단한 훈련을 받고 있는 리더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부족이 있습니다. 케냐에는 43개 부족, 콩고에는 157개 부족 등 수많은 부족이 존재합니다. 같은 검은 색 피부이지만, 그 안에서도 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와 의식, 입는 의복과 춤과 음식이 다릅니다. 자세히 보니 얼굴 모양이나 체형들도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 안에서도 같은 색의 피부, 같은 아프리카 문화, 비슷한 생활방식을 갖고,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공동체성을 유지해 갑니다. 아프리카 지역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종족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라는 주제는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라는 주제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리더들이 성찰하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른 피부, 언어, 문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그들 각자의 존재로서 존중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시아에 속한 한국사람 역시 아시아라는 지역 안에서 서로 차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아시아라는 지역과 문화 안에서 뭔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조금 다르지만 뭔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기반으로 하여 공통적으로 같은 것을 찾아가는 길이 아시아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공통점 중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영국,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람들 모두 인간입니다.
모든 인간을 존중받아야 하고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리더는 편협한 욕망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인간존중이라는 가치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런던과 아프리카 방문에서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진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리더들 또한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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