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
그런데 매장을 돌아보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판매 농산물의 묶음 단위가 200g으로 최소단위 포장제품이 상당수 진열되어 있었다. 매장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최근 1인 가구 수 증가로 적은 용량의 소포장이 잘 팔린다는 것이었다.
1인용 가구가 늘면서 토막난 생선, 자른 수박뿐만 아니라 초소형 전자제품 및 아파트 등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도 스마트하고 자기중심적인 생활 패턴으로 개발되어 1인용 밥솥, 미니오븐, 소형청소기, 다목적 침대 등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중반 일본 출장길에 식당에 들어가 보면 1인용 식탁과 수퍼마켓에서 과일을 잘라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우리도 똑같은 현상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과 KB금융지주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인 가구 수는 540만 가구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에 해당되는 셈이다.
1인 가구 수는 2000년도에 222만 호에 불과하더니 2020년 607만호, 2045년에는 무려 810만 가구까지 예상되고 있다.
전체 가구 구성비에서 1인 가구 수는 이미 2인 가구 수를 근사하게 넘어서고 있다. 향후 3인 이상 가구 하락이 예상되어 1인 가구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 수가 가장 주된 가구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하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 배경에는 결혼연령의 상승과 취업난의 영향, 이혼율의 증가 및 고령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 혼재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연령 구성을 보면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하이나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를 거치면서 2045년에는 50대 이상이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의 경우 20·30대에 취업문제와 결혼문제 등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여성은 청장년기에는 남성보다 그 수가 적으나 50대에 이르러서는 이혼 등으로 급격하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특히 1인 가구 가운데 유난히 40대부터 60대의 증가세가 162만 명으로 15년 사이에 세배나 증가하였는데 이는 20·30대 증가 속도의 두 배에 해당된다.
세대별로 20대의 경우 혼자 사는 이유가 "자유로운 여가사용이 좋고 타인의 간섭을 벗어날 수 있어서"라고 응답하고 있다.
산업화의 중추세대인 50대는 "그간의 가족부양부담이나 가사부담을 덜고 인생 후반을 혼자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1인 가구를 선택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문제는 1인 가구가 이처럼 증가하는데 반해, 출생아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최근 32개월째 출생률 최소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1인 가구 수의 증가와 출생률의 감소가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선행 연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1인 가구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삶의 변화에 맞추어 이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정주공간도 생기고 있다. 또 어떤 지역은 도심의 한 오피스텔을 여럿이서 공유하는 세어 하우스도 생겨나고 있다.
1인 가구의 등장과 더불어 빈둥지노인, 반려족, 나홀로족, 기러기 가족 및 딩크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생겨나고 있다. 1인 가구 전성시대에 기업들의 마케팅도 앞에서 본 것처럼 싱글족에 맞추어 개발되고 있는데 이를 '솔로 이코노미'라고 한다.
1인 가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미래 세대에 어떤 사회적 변화가 밀려올지 많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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