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익 한남대 문과대학장 |
시절이 지나도 사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고 서정민 씨의 죽음으로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법령 제정이 이루어졌지만,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던 중 관련 단체나 기관으로 구성된 협의체에 의해 합의가 나오고 내년부터 법을 시행하게 되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교원 자격을 박탈당했던 시간강사를 정식 교원으로 인정하고 급여 향상과 지위 인정의 조치를 담은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적으로 대학의 한정된 예산에서 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데서 비롯한다. 강사에 대한 선의에 기반을 둔 법의 취지와 달리 강사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고, 실제로 해고를 반대하는 시간강사들의 파업이 12월 18일 부산대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길게는 일이십 년을 강사로 생계를 이어온 이들에게 강사법이 가져올 대량 해고 사태는 목숨을 빼앗을 재앙과도 같다.
이 법의 시행에 따른 더 큰 우려는 국내 학문 생태계에 전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강사들이 3년간 채용이 보장됨에 따라 신규 학자들은 그만큼 강사 자리를 맡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사 자리가 줄어든 상태에서 그렇게 줄어든 자리조차 기존 강사들이 맡으면 신규 학자들이 갈 곳이 없고, 이로써 학문 생태계의 본산인 대학원이 붕괴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결국 학문에 기반을 둔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십여 년간 암묵적인 정부의 압력에 의해 등록금 인상이 제한된 상황에서 강사 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로써 전임 교원의 담당 과목이 급증하여 전공 교육이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 그리고 1년에 한두 강좌 정도만 강사에게 맡기는 특수한 과목들에 대한 강사 임용이 강사당 6시간(연간으로는 3학점 네 과목일 것이다) 이하 의무 부여 조항에 따라 실제로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문제이다.
법은 국가의 체계를 이루는 것이기에 모든 법 구현의 궁극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강사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 안에서도 정부의 예산지원이 절실함이 강조되었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의결된 국가예산안을 보면 이 법이 제대로 구현될지 걱정을 금할 수 없다. 원래 460억으로 신청된 강사법 지원 예산이 국회를 거치면서 280억 정도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의 예산도 만족한 규모가 아니었지만, 그마저 줄어든 것이다. 대학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결국 국가의 책임이 소홀히 된 것은 아닌지, 강사들과 대학 교육 나아가 국가 전체에도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다시금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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