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대전 대표선수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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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대전 대표선수의 수난시대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8-11-29 09:21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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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최근 대전시는 대전을 나타내는 대표색(色)과 상징색(色)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전 전역의 자연 인문 환경을 조사해 색채 분석을 통한 지역색(환경색)을 도출하고, 그 지역색을 바탕으로 대전 10색을 선정했으며, 대전 10색 중 '대전다움'을 구현하고 첨단과학도시를 지향하는 대전 상징색으로 '미래은회색'을 선정했다고 한다. 대전 대표색의 면면을 살펴보니 미래색, 첨단색, 안정색, 정온색, 풍요색, 견실색, 품격색, 역동색, 행복색, 열정색 등이다.

의미는 알 것 같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무슨 색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행복의 가치가 천차만별일 텐데, 시민의 행복을 과연 한 가지 색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전시 보도 자료에 의하면 영산홍인지 철쭉인지 꽃 그림과 함께 있는 진분홍빛이 행복색으로 설정되어 있다. 백목련 색으로 보이는 정온색 역시 쉬이 떠오르지 않는데, 고요하고 평온함을 뜻하는 정온(靜穩)을 말하는 것인지 조심스레 유추할 뿐이다. 과연 대전 10색 크레파스로 우리 지역의 매력을 쓱쓱 그려낼 수 있을까?

이미 여러 도시에서 이미지 색을 선정하여 도시경관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8년 서울시가 단청 빨간색 등 서울 10색을 선정한 데 이어 부산, 대구, 인천, 울산도 이를 벤치마킹해 도시이미지 색을 발굴하여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그리고 인천시의 인천바다색, 개항장벽돌색, 소래습지안개색 등등. 이들 도시는 각 지역의 역사문화 자연환경 자원을 색이름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 지역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름만 들어도 쉽게 지역 정체성이 느껴지고, 왠지 그곳에 직접 가서 그 색을 찾아봐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하는 장점이 있다. 대전의 대표색이 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대전시는 도시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기치 아래 대전을 대표하는 소위 대표선수들을 선정한 바 있다. 이번에 선정된 대표색 외에 음식도 도시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선수 중 하나이다. 과연 대전시민들은 대전 대표 음식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대전에 6미(味) 3주(酒)가 선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6미는 구즉 도토리묵과 설렁탕, 삼계탕, 돌솥밥, 숯골냉면, 대청호 민물고기 매운탕이며, 3주는 구즉 농주와 동춘당 국화주, 대청 참오미자주이다. 2002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의견수렴을 거쳐 선정된 대전의 대표 음식이다. 다시 봐도 믿기지 않지만, 삼계탕과 돌솥밥이 대전 대표 음식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대전 상징색 개발 사업 역시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와 시민 설문조사,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표 음식의 사례에서 보듯 대표선수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색이든 선정한다고 해서 우리의 빛나는 대표선수가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전 대표색이 시민에게 외면받는 이름뿐인 대표선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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