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 교수 |
인터넷기술의 향상은 이미지 소비와 이미지 생산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이미지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이미지 생산과 소비시대'를 만들었다. 인터넷은 인종, 지역 상관없이 수많은 이미지 콘텐츠의 생산과 복제, 자료 이동이 가능하다. 1일 인터넷에 올라오는 셀카 사진은 3억5000만 장이며 점점 많아지고 있다. 셀카는 자신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존재 표시의 욕망으로 나이를 떠나 음식을 먹기 전에도, 여행하면서도, 자신의 자취를 기록하고 공유하려 한다. 그러면, 이미지와 이미지 소비는 무엇인가?
이미지는 대상이 마음에 새기는 생각이며 이를 '인상(Impression)'이라고 한다. 이미지의 대상은 마음의 밖에 있는 '외부 이미지'와 마음의 안에 있는 '내부 이미지'로 나뉜다. 외부 대상체가 마음에서 인지하여 일으키는 의미작용을 '지각작용(perception)'이라고 하며 내부 대상체가 마음에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의미작용은 '상상작용(imagination)'이라고 한다. 대상에 대한 지각작용에는 유사성이 존재하므로 이미지는 대상을 바라볼 때 마음에 생기는 유사성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상상작용은 기호의 변용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미지를 포함한 기호들은 자의성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체계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친숙화(familiarization)라고 하고 기호의 변용을 극대화하는 일을 낯설게 하기(estrangement)라고 한다. 이미지 소비는 '낯설게 하기와 친숙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생산과 소비 시대에는 다양한 사람과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미지 도용과 해킹을 통해 프라이버시 침해 등 범죄가 일어날 수 있고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외모지상주의를 표방하거나 향상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여 가짜뉴스를 만들고 자극적 이미지로 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지는 지각작용은 대상에 대한 유사성만 존재할 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 인간의 뇌가 현실과 언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대의 인지과학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로 정확한 이미지를 구분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지 소비 시대'에서 '이미지 생산과 소비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모든 소비의 대상은 인간의 욕망 산물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바람직한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미지가 생명력이 없고 대중을 일시적으로 현혹하는 것이 아닌지, 마음, 정신이 담겨 있지 않고 '보이는 이미지'나 보이기 위한 이미지'가 아닌지, 진정한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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