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공공영역의 문화 공간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 문화요소를 담고 있는 공간을 찾아서 대덕의 구석구석을 헤매었다. 흔히들 대전에서 대형 쇼핑몰 하나 없는 곳이 대덕이라고 경제적 소외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문화 환경은 어떤 상황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문화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제대로 된 공연장은 물론 갤러리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 흔한 영화관마저 없다.
대전시 자료를 보면 대전에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394곳이다. 동구가 49곳으로 꼴찌이고, 대덕구가 62곳으로 그다음을 잇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인구 100만명당 문화예술기반시설 수가 6대 광역시 중 2위라고 한다. 그러나 재작년 동구에 이어 올해 대덕구 지역 현장에서 살펴본 문화기반시설의 실체는 비관적이다.
우선 대덕구의 대표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덕문예회관의 경우 200석 규모로 2000년도에 개관했는데, 이미 전문공연장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대덕구에서는 대형공연은 차치하고 작은 공연마저 제대로 보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박물관, 미술관 등 전시시설의 경우도 통계상으로는 7곳인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역대학의 박물관과 문예회관의 한쪽 귀퉁이 전시실 정도이니 어쩌면 쉽게 찾아간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숫자상으로는 제법 있어 보이지만 결국 속 빈 강정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덕구 마을 구석구석 재미있는 공간이 제법 숨어있더라는 것이다. 지역민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작은 도서관, 갤러리로 재생된 취수탑, 마을인심에 반해서 아예 터를 잡은 예술가 공방 등등, 언뜻 보면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문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유쾌한 공간들이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인 경로당의 변화도 흥미롭다. 대덕구 덕암동 청자마을에 있는 청진경로당은 흔히 생각하는 경로당과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카메라를 들고 대전을 누비는 어르신들의 활기와 작품들로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다.
대덕문화원이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주민들과 함께 청자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어르신들의 삶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문화 활동가 양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어난 문화 바람이다. 경로당도 당당히 마을문화를 창조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올해의 대덕구 문화지형학 그리기 활동이 마무리된다.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이 이야기 나누는 워크숍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우리가 찾아낸 문화 공간을 소개하고 지역민이 바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핍은 창조의 원동력이라고도 한다. 대형 공연장과 전시장에 대한 욕구 외에 옛 고을 회덕, 대덕주민들이 어떤 문화지형학을 그리게 될지 기대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