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10월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리고 꼭 들어야 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바리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이 노래를 들어야 10월을 제대로 보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열일곱 살 무렵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그의 무대를 관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외국어로 부른 노래라 가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김동규 성악가의 표정 연기와 몸짓으로 음악을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바리톤의 매력을 십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공연장에서 만나 매료된 클래식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한다. 중학생 때 엄마 친구를 따라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미샤 마이스키의 독주회를 갔었다. 그가 현재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첼리스트라는 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3층에서 조그맣게 보였던 마이스키의 하얀 곱슬머리와 빨간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러시아어로 관객과 소통하고 (이 때도 난 알아듣지 못했다.) 한 곡, 한 곡을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는 모습에 감동해 첼로라는 악기를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켜본 첼로는 그때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였다. 부드럽고 묵직한 소리를 예상했지만 내 현에서는 소리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것이 발생했다. 초등학생 때 배웠던 바이올린과는 다른 아픔이 손가락 끝에 맺혔다. 악기는 무겁고 연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재밌었다. 스즈키 1권의 첫 곡부터 차근차근 익혀가는 보람이 있었다. 짧아진 손톱도,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 끝도 뿌듯했다.
지금은 활을 놓은 지 오래돼 스케일도 겨우 켜는 수준이지만 휴일에 종종 악기를 만지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피아노 학원에 처음 등록했을 때 꿈꿨던 피아니스트가 되지는 못했어도 집에서 얼렁뚱땅 건반을 두드려보고, 조율이 덜 된 첼로를 깨워 소리를 낼 때면 제법 그럴듯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어린 시절 사용했던 교재들을 펼쳐놓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한 음, 한 음 연주하면 걱정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다.
기자는 동방신기, 유선호를 비롯한 아이돌과 그들의 음악을 사랑한다. 하지만 클래식이 주는 즐거움은 색다르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지식이다. 그렇지만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노래와 악기연주는 언제나 생생한 감동을 전해준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눈과 귀를 클래식으로 즐겁게 하기 좋은 계절, 퇴근 후 연주회장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음악을 감상하는 데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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