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름에 들어있는 '…지만'은 사전적 정의로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시인하면서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거나 조건을 붙여 말할 때 쓰는 연결 어미다. 죽고 싶은 마음과 떡볶이를 먹고 싶은 마음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진심인 것이다.
죽음과 떡볶이처럼, 양면적 감정이나 상황을 연결하는 제목의 책이 요즘 많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등이 그렇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은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지만 묵묵히 맏이 역할을 잘해내온 이들과 첫째 딸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맏딸들을 위한 치유와 공감의 기회를 전하는 책이다.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는 30개국, 60개 도시, 300일간의 여행기를 담았다. 외롭고 배고픈 여행이 괜찮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낯선 세상을 천천히 느끼는 행복은 '괜찮았다'는 저자의 마음이다.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의 저자는 백수로서 겪는 생활의 궁색함과 단조로움을 인정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더 많이 누리는 삶을 긍정한다.
예스24가 2018년 국내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도서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올해 출판 키워드 중 하나는 '#나로살기'다. 이 키워드와 맞물리는 '…지만'형 제목의 책들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오던 마음읽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무조건 다 괜찮다고 말하거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봐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난다. 내면의 부정적인 마음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한 자기 긍정이다.
이 자기 긍정은 언젠가 타인의 마음을 바라 볼 때도 발휘될 것이다. 좋아하지만 밉고, 같이 있어 외롭지 않지만 때로 혼자 있고 싶고, 화가 나지만 걱정도 되는 것. 다른 사람도 나처럼 복잡하고 애매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관계에 대한 진정한 긍정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이 한 순간, 한 가지 모양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책 제목들이 그래서 반갑다.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