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 기자의 편집국에서] 하지만, 그래서 정말

  • 오피니언
  • 기자수첩

[박새롬 기자의 편집국에서] 하지만, 그래서 정말

  • 승인 2018-10-15 15:42
  • 신문게재 2018-10-16 22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이 화제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10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책에는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가 담겼다.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 이러한 감정들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더 괴로웠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자기 일기를 읽는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책 이름에 들어있는 '…지만'은 사전적 정의로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시인하면서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거나 조건을 붙여 말할 때 쓰는 연결 어미다. 죽고 싶은 마음과 떡볶이를 먹고 싶은 마음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진심인 것이다.

죽음과 떡볶이처럼, 양면적 감정이나 상황을 연결하는 제목의 책이 요즘 많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등이 그렇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은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지만 묵묵히 맏이 역할을 잘해내온 이들과 첫째 딸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맏딸들을 위한 치유와 공감의 기회를 전하는 책이다.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는 30개국, 60개 도시, 300일간의 여행기를 담았다. 외롭고 배고픈 여행이 괜찮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낯선 세상을 천천히 느끼는 행복은 '괜찮았다'는 저자의 마음이다.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의 저자는 백수로서 겪는 생활의 궁색함과 단조로움을 인정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더 많이 누리는 삶을 긍정한다.



예스24가 2018년 국내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도서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올해 출판 키워드 중 하나는 '#나로살기'다. 이 키워드와 맞물리는 '…지만'형 제목의 책들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오던 마음읽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무조건 다 괜찮다고 말하거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봐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난다. 내면의 부정적인 마음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한 자기 긍정이다.

이 자기 긍정은 언젠가 타인의 마음을 바라 볼 때도 발휘될 것이다. 좋아하지만 밉고, 같이 있어 외롭지 않지만 때로 혼자 있고 싶고, 화가 나지만 걱정도 되는 것. 다른 사람도 나처럼 복잡하고 애매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관계에 대한 진정한 긍정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이 한 순간, 한 가지 모양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책 제목들이 그래서 반갑다.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