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아침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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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아침의 단상

김용각(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 건축사사무소 대표)

  • 승인 2018-09-27 10:14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김용각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5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버렸다. 목적지를 향해 오가는 차량 속에서도 잠깐 멍 때리다 보면 금방 도착한 듯 느껴지니 나만의 증상일까 두렵기까지 하다.

무료함을 달래며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아틀란티스 섬을 찾는 영화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원시림같은 정글 속에 난민 같지 않은 난민인 할아버지가 큰 나무에 자신의 아지트를 지었는데 수동 엘리베이터와 수세식 변기를 설치하고 화산을 배경 삼은 대형 모니터까지 갖춰놓은 장면이었다. 자신이 누렸던 생활의 편리성을 그 원시림에서도 재현했다는 시나리오가 그냥 재미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동설한에 뜨거운 물 한 바가지 섞어 언 손 녹이며 빨래하던 할머니의 모습은 자동으로 물 온도를 맞춰 헹굼에 탈수, 게다가 요즘엔 건조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세탁기 앞에서나 떠올리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고, 면포 덮고 정성껏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다렸던 어머니의 손길은 세탁소 아저씨에게 쥐어진 몇 천원의 품으로 대신한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아궁이 연탄불을 지키기 위해 밤잠 설치던 어른들의 수고는 방마다 온도를 조절하는 스위치 하나로 변하였고, 가족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목 돌리던 선풍기 대신 천정과 벽에 설치된 에어컨은 원하는 온도에 맞춰 시원한 바람을 여유있게 뿌려준다.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 되었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시작단계이지만 기계와 대화하며 정보를 얻고 기계를 통해 작동을 시킨다. 음악 틀어줘, 커튼 닫아, 요리 레시피 알려줘 등등 생활 전반에 걸쳐 그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필자만 그런걸까? 내가 기억하는 전화번호를 떠올려보니 집, 아내, 아이들, 사무실, 협회 정도만 떠오른다. 기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가 없는 상황이 현실이다. 차량 이동 시 네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는 길찾기가 불가능해진 것은 오래전이다. 비워진 내 머릿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 것일까? 생활의 편리로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스스로의 질문에 즉각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비워진만큼 여유롭게 쉬지 못하고 또 다른 일을 찾아 하고 있다. 가만히 쉬면 나태하거나 목적이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부정적 단상이다. 기계의 오류로 그 역할이 온전히 나에게 올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노동의 땀이 멸시받는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요즘 SNS에 휴식, 산책, 여행 등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걷지 않고는 볼 수 없는, 멈추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그 사진들을 보며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길 바란다. 잊고 있던 내 몸의 기능을 찾고, 공동체의 협력을 찾고, 함께하는 사회를 찾아갔으면 한다.

아침 햇살과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연휴 끝 아침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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