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 교수 |
우리나라의 공공디자인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일본의 공공디자인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일명 '도시재생정책(Urban Regeneration Policy)' 영향이 크다. '잃어버린 13년'으로 불리는 이 기간에 일본 정부는 주저앉은 나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묘약으로 디자인을 처방했다. 정책 방향이 정해진 지 5년여 만에 일본의 도시재생사업은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으며 도쿄 관광지로 유명한 롯폰기 힐스(2003), 오모테산도(2006), 미드타운(2007) 등이 생겨났다.
국내 공공디자인은 20여 전 도시를 브랜드화한다는 거대 프로젝트 속에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만들면서 본격화되었다. 도시브랜드는 차별화와 인지도 향상이 핵심이며 독특한 도시의 정체성을 가지고 공공시설물을 디자인하여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면 사람과 자본이 유입되어 도시가 발전하고 시민은 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공공디자인은 위기의 길목에 서 있다. 그동안 실시했던 공공디자인 사업이 고민 없이 따라 하고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거나 소통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공공디자인이 잘되려면 전문디자이너의 참여가 필수적이나 전문가 개인의 생각만을 가지고 예술적 가치를 추구한 디자인은 외면당하기 쉽다. 철저하게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성공할 수 있으며 예술가와 도시디자이너, 지역주민의 합의와 조율, 의견청취와 원칙을 세워 장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영국의 공공디자인은 벤치, 가로등, 표지판, 공공조형물, 환경시설물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편의는 물론 안락감과 시각적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는데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수상의 강력한 디자인정책과 1997년 토니블레어 총리의 '창의적 영국'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한 '멋진 영국'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있었다.
공공디자인은 지역만의 고유한 이미지 정체성을 나타내야 하며 전시행정의 결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디자인해야 한다. 인공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스럽고, 내용과 이야기가 있으며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키고 응원할 때 공공디자인은 차별화되고 편안하며 행복한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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