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진 기자. |
매장운영은 70대 노부부가 조리와 서빙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돈가스가 나왔다. 맛집이라 해봐야 얼마나 맛이 다를까 싶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자가 느낀 식감은 한마디로 '이래서 나를 이런 후미진 골목까지 끌고 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먹었던 수많은 돈가스 전문점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식감이었다. 가이드는 "노부부의 60년 노하우가 담긴 내공"이라며 "도쿄에서도 아는 사람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맛"이라고 강조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습관처럼 매장 곳곳을 유심히 살폈다. 조리 기구는 물론 양념통가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주인 부부의 서비스는 느린 듯 보였지만. 손님상에 음식 올리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고 있었다. 가이드는 기자에게 "주방 바닥에서부터 노하우를 익히지 않고는 절대로 저런 세밀한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며 "일본의 식당 업주 상당수가 바닥에서부터 요식업에 대한 경험을 하고 가게를 차린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한국에서 젊은 청년들이 요식업에 도전했다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들었다"며 "실패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험부족이 일차적인 이유 같다"고 말했다.
수년 전 기자는 맛집 기사를 연재하면서 청년식당 골목을 소개한 적이 있다. 대전시와 중소기업청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던 프로젝트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다. 젊은 청년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인근에 다른 시장의 청년식당가도 마찬가지다.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접근성과 경험부족이 걱정됐지만 청년 사장들의 열정과 홍보만 잘된다면 어느정도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했었다. 폐업 원인에 대해선 여러 가지가 지적됐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이들에게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맛집 기사를 새로 연재하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는 요즘 또 다른 청년식당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역시 대전시의 예산이 투입된 식당이다. 두 번이나 실패했던 전철을 또 다시 밝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취업난 속에서 장사를 선택한 청년들의 절실함과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지자체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오류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좀 더 세밀하고 철저한 검증 절차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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