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 |
주변을 돌아보면 6개월도 버티지 못하는 가게가 한 달에 몇 개씩 나온다. 그렇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까. 정부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운영을 잘못한 나를 원망해야 할까. 두말할 것 없이 정부를 탓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율이 OECD 국가 중에 많은 쪽에서 볼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이다. 아무리 사장님 명함이 좋다고 해도 월급쟁이보다 못하다면 그 명함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겠는가.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집권한 여러 정부가 일자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최저임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 중에 감자였다. 여러 말이 나왔지만, 여기에 다 옮길 수는 없고 두 가지만 이야기해 본다면 '직원보다 못한 사장님'이라는 말과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말이었다. 종업원보다 못한 사장님의 지갑 타령을 하니까 여러 뉴스의 댓글에는 "그럼 사장님 그만두고 종업원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였다. 을과 을의 싸움은 힘없는 사람끼리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네가 먼저 죽어야 한다고 사생결단이라도 내야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말이 을과 을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왜 이런 싸움을 할까. 질 좋은 직장은 둘째 치고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버거운 현실 때문이다. 최저임금 만원이 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다들 죽는다고 한다. 그럼 최저임금 만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의 삶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돌아볼 시간이 우리에게 지금 없다. 이러니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고 네가 먼저 죽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자영업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릴 수 없다면 반드시 자영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영업 비율을 OECD 평균치 정도로 내려가야 한다. 인구 감소, 자동화 시스템 도입, 기업들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위주의 사업 확장이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이미 원인을 알고 있으니까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더불어 그런 정책(소득주도성장)을 시행하고 있다면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최저임금 가지고 토를 달 수 없도록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정부의 진정성도 담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십수 년 여러 정부가 만들어졌고 그때마다 자영업자들은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종업원보다 못한 사장님 지갑도 불쌍하고 을과 을이 너 먼저 죽어야 한다고 거리에서 외치는 말도 아프다. 가장 마음이 불편한 것은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때마다 경제적 약자에게 참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