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는 1991년에 발표한 노래 'It Ain't Over 'Til It's Over'에서 사랑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고 속삭인다. 들을 때마다 슬픔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마음속에선 사랑이 이미 끝났음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연인에게 아직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며 함께 보낸 시절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은 그 이전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고 후에 감독까지 지낸 요기 베라((Yogi Berra)가 먼저 말했다. 요기 베라는 양키스를 10차례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아메리칸리그 MVP를 세 차례 차지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의 인물이다. 그가 뉴욕 메츠의 감독이었던 1973년 저 말을 한 뒤,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를 하던 팀이 기적적으로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언이 됐다.
요기 베라의 말과 레니 크라비츠의 곡에 담긴 건 희망과 의지다. 지금 팀이 꼴찌여도 할 수 있다는 용기, 사랑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하자는 간절함이다. 끝나지 않았음을 바라는 마음이 뜨겁게도, 미지근하게도 다가온다.
끝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요기 베라가 팀 성적이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1위로 역전하는 일도, 그의 명언도 없었을 것이다. 레니 크라비츠가 사랑을 끝낼 생각이었다면 20년 넘게 사랑받는 명곡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이 끝났다. 서울서부지법은 무죄를 선고했고 안 전 지사는 '일단' 면죄부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혐의와 논쟁은 끝난 게 아니다. 여론은 더욱 타오르고 있다. 피해자 김지은씨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시각에 비난이 쏟아진다. 김지은씨가 '그루밍(길들이기)'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심리전문위원들의 의견을 재판부가 배척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지은씨는 지난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편지로 재판부를 규탄했다. "위력은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원치 않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 바로잡을 때까지 살아내겠다"며 "강한 저들의 힘 앞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관심밖에 없다.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 내겠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지은씨는 1심 앞에 자신의 사투를 끝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 전 지사는 1심으로 끝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세상이 진실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한, 명언과 명곡처럼 명판결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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