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베이킹은 대전의 대표 빵집을 콘텐츠로 제작된 제빵체험형 뮤지컬이다. 지난해 처음 제작 공연했는데,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빵과 예술이 만나 무엇을 만들어낼지 관심 있게 보았던 작품이다.
타악과 기타가 어우러진 공연방식에서 올해 리뉴얼을 통해 어떻게 관객과 소통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과연 빵 맛을 능가하는 공연으로 성장하고 있을까?
공연 마지막 날 오후 2시, 공연장은 예상외로 북적였다. 무더위에 문밖을 나서는 것마저 망설여질 날씨였는데, 가족, 친구, 연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서서 빵을 만드느라 시끌벅적했다.
빵 모양도 구성원만큼이나 다양했다. 정통 단팥빵과 소보르빵부터 하트모양 빵, 토끼모양 빵, 심지어 개구쟁이 꼬마친구가 만들어놓은 똥 모양 빵까지 굽기도 전에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다.
게다가 배우들이 빵 만들기 체험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고, 모두 배우가 되어 있는 듯하였다. 빵 만들기라는 체험 자체를 공연의 일부로 연출한 섬세함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드디어 자신이 만든 빵을 오븐에 넣고 공연장에 입장하면 빵이 익는 동안 제빵 도구를 활용한 공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지난해에 비해 내용 흐름이 좀 더 빨라지면서 쇼(show)적 효과가 더해졌고, 조명과 무대도 강화됐다. 관객들의 호응도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열흘도 안 되는 공연일정에서 난타공연 같은 기술력이 나올 수는 없을 테고, 적은 예산으로 중국의 인상서호(印象西湖)나 송성가무쇼 같은 대형 쇼가 나올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지역대학과 연계해 청년예술가를 참여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또 다른 공연인 목척교연가는 목척교와 대전천을 무대로 진행된 야외공연이다. 대전의 대표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목척교의 역사를 노래와 춤, 연기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목척교는 1912년에 처음 놓였으니 100년도 훌쩍 넘은 다리다.
대전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증거 하는 다리라고 할 수 있다. 징검다리에서 나무다리, 콘크리트 다리로 변해온 세월만큼 대전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첫사랑의 이별과 혁명과 전쟁을 고스란히 지켜본 대전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올해 처음 제작돼 공연된 목척교연가는 역사적 사실을 담다 보니 일면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목척교연가 역시 그동안 공연장소로만 활용되던 목척교를 스토리로 살려내고, 시민 배우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대전시는 '2019 대전 방문의 해'를 앞두고 지역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은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거창하진 않지만, 지역을 담아내고자 하는 문화현장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없지 않은가? 많은 가능성이 오늘도 실패의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