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따르면 왕실을 비롯해 귀족, 양반계층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키운 사실에 제법 남아있다. 조선시대 임금 중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쏟은 사례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제9대 임금 성종이다.
성종은 당시에도 귀한 동물이었던 '송골매'를 키우기 위해 매를 관리하는 응사(鷹師)를 궁에 들이는가 하면 도망간 매를 찾기 위해 금군(왕의 경호부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성종의 반려동물 사랑은 송골매에서 끝나지 않았다. 성종 17년 낙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성종은 중국에서 낙타를 직접 구매할 것을 추진했었다. 당시 낙타 수입으로 책정된 가격이 흑마포 60필이었는데 이는 콩으로 6천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막대한 국고 지출에 신하들이 반발하자 성종은 "중국에서 출정시에 쓴다고 하여 나도 한번 시험 삼아 타보려 했을 뿐 살 마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산군도 아버지 성종을 닮아 동물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를 좋아했던 것은 물론 사냥을 좋아해 궁에 사냥개를 직접 키웠다고 한다. 실록에 의하면 하루는 군사들을 사찰할 때 사냥개 수십 마리를 어가 앞에 세우고 군사들이 이를 끌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연산 10년 기록에는 내관 임세무가 등이 고양이로 쥐를 잡다가 고양이를 놓쳤는데 연산군은 이를 의금부에서 심문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오늘의 상황에 빗댄다면 대통령이 애완 고양이를 놓친 청와대 행정관을 검찰로 하여금 처벌을 내린 샘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숙종 임금의 고양이 사랑에 대한 기록이 있다. 기록에서 숙종은 고양이를 직접 품에 안고 다니는가 하면 수라상의 고기반찬을 직접 먹여 줄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후궁들이 고양이에 대해 눈치를 주며 질투를 느꼈을 정도라고 하니 숙종의 고양이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숙종의 고양이는 숙종이 승하하자 얼마 후 따라 죽었고 숙종의 묘 인근에 함께 묻혔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조선의 대표적인 천재화가 김홍도의 그림에도 반려동물로 추측되는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라는 그림에는 기와집 안에 두루미 두 마리를 볼 수 있다. 야생의 두루미가 집안에 있는 동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반려동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제기된다. 동물 전문가들은 "어린 두루미를 집에서 키웠거나 날지 못하도록 별도의 위해를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루미 외에도 그림에는 사슴이 민가에서 노는 모습과 개가 닭을 쫓고 있는 모습도 표현됐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동물들과 얼마나 친숙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