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
선거가 끝나면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이나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앞에서 말했지만, 개혁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그렇다.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의 깃발을 든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내놓겠다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라. 개혁하겠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개혁이라는 것은 자신을 먼저 개혁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는데 자신을 어떻게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모습이 자신을 향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면 개혁의 뜻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나마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니 봐 줄만 하다고 백번 양보하자. 한국당의 책임 있는 지도부들은 지금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개혁은 자신이 자신을 향해 하는 고통스러운 행위다.
당 대표는 대표직을 그만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인가.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을 개혁하는데 일을 해야 하기에 자신을 향한 개혁을 잠시 미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백번 양보를 한다. 새롭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경준 위원장이 새기고 새겨야 할 일 일은 '나'부터다.
선거에 승리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권력을 잡은 시장이나 군수들 모두 하나같이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개혁의 대상이 혹여 상대방이라면 그것은 개혁은 아니다.
먼저 나를 개혁(채비)하고 토호세력들을 개혁해야 한다. 지방 개혁이 성공하려면 나를 향해 어떤 개혁을 할 수 있을까가 열쇠이고 개혁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개혁하기 위해 먼저 상대방을 바라보는 순간 개혁은 물 건너간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누구나 개혁을 얘기하지만 성공한 경우는 없다. 그 원인은 개혁의 대상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대부분 선거에 승리를 한 쪽이나 패배를 한 쪽이나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나를 보지 않고 상대방 얼굴을 먼저 본다.
이런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개혁보다는 혁명이고 혁명을 한다는 것은 피를 부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거라는 이름으로 개혁(改革)의 의미를 모르는 정치인들을 갈아엎는 것이다. 목숨만큼 귀한 표로 말이다. 개혁이라는 말 쓰기는 쉬운데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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