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전은 이미 대일항쟁기인 1915년경부터 문화도시 건설방침을 세우고 문화도시를 추진한 바 있다. 대전근대사연구초 자료집에 의하면, 당시 대전은 군부대를 유치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가 대구에 패하고 난 후 궁극적인 목표를 장래 도청을 대전에 유치하는 것으로 삼고, 모든 시설을 완비하여 문화도시가 되자고 문화도시 건설방침을 세우게 된다. 물론 일제가 추구했던 문화도시는 인문학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도시계획적 관점이 크다. 어쨌든 역사는 흘러 또다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문화도시란 무엇일까?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 하고, 먹고사는 문제만큼이나 문화를 이야기하는데 문화와 도시가 만나 어떤 도시를 만들자는 것일까? 법적 개념과 이론적 개념을 토대로 정립된 정책적 개념을 살펴보면, 문화도시란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사회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법정 지정도시를 말한다. 정책적 개념이니 그 형상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대전시민들은 어떤 문화도시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 주말 개최된 대전NGO축제현장에서 문화도시와 관련하여 간단한 시민인식조사를 진행해보았다. 문화도시에 대한 인식에서 대전시민들은 그렇다와 아니다에 비슷하게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외부에서 문화생활을 하러 오는 곳은 아니지만, 문화생활을 하기에 좋은 문화기반시설이 있어서 문화도시라는 의견과 갈 곳도 없고 문화콘텐츠도 빈약하여 문화도시가 아니라는 다양한 시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좀 더 체계적인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욕구는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도시 지정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조성계획을 수립하여 선정된다고 하여 바로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다. 조성계획이 선정되면 자체적으로 예비사업을 실행해야 하고, 1년 후 지정심의를 진행하여 정식지정을 받게 된다. 지정된다고 하여 문화도시가 뚝딱 이루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문화도시 지정사업은 도시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문화도시를 추진할 것인지 도시를 문화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사업이다. 도시재생과 환경, 교통, 마을 등 도시를 이루고 있는 유기적 생명체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미래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지향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유행처럼 지나가는 문화도시가 아니라 대전다운 행복한 문화도시를 만들 기회가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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