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개전 초기 미군과 국군이 보유한 대전차무기는 '2.36인치 로켓포'가 유일했다. 서울이 함락된 후 긴급 투입된 스미스 부대가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이 무기로 북한군의 전차를 포격했지만 북한군 전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전전투를 지휘했던 윌리엄 딘(William F. Dean) 소장은 북한군 전차에 전선이 무너지자 상부에 새로운 대전차무기를 요청하였으니 이 무기가 바로 '3.5인치 로켓'포다. 2.36인치 로켓포의 개량형으로 개발된 이 무기는 제대로 된 시험평가도 거치지 않고 대전전투에 투입됐다.
7월19일 금강 전선을 돌파해 유성을 점령한 북한군은 미군의 지휘부를 포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딘 소장은 공수된 3.5인치 로켓포를 예하 부대에 지급하고 34연대로 하여금 유성-논산가도(현재 계룡로)를 방어하도록 했다. 20일 새벽 4시경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나선 미 34연대장 뷰 챔프(Charles E. Beauchamp) 대령은 서대전사거리에서 북한군 전차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북한군 전차는 지프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고 사격을 피해 뛰어내린 뷰 챔프 대령 소대는 곧바로 북한 전차에 조준포격 가해 명중시켰다. 기세등등하게 계룡로를 활보했던 북한의 T-34전차는 이내 화염에 휩싸였고 탑승한 북한군도 전원 폭사했다. 개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전차가 파괴되는 순간이었다.뷰 챔프 대령은 수침교까지 전진해 오류동으로 진입하던 전차 2대에 포격을 가해 파괴시켰다.
연달아 3대의 전차를 잃은 북한군은 후속 전차부대를 전진시켜 오후 1경 충남도청까지 진입했다. 딘 소장은 소총수와 로켓포 사수들을 직접 이끌고 북한군 전차를 파괴하며 지연전을 펼쳤다. 미군과 북한군의 대전시가전이 벌어지는 사이 미24사단의 주요 장비들과 지휘부는 대전역 철로와 육로를 통해 주요 장비들을 철수 시켰다.
7일간 이어진 대전전투에서 미 24사단은 북한군 전차 15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 중 8대는 3.5인치 로켓포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중화기로도 북한군 전차를 타격할 수 있다는 값진 성과를 대전전투에서 얻은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대전전투 결과를 토대로 북한군 전차에 대한 새로운 작전을 수립했고 북한군 역시 전차전 위주의 공격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미국은 한국전쟁 대전전투를 "전술상 인민군 승리, 전략상 미군 승리"로 평가했다. 적제적소에 로켓포를 활용했던 딘 소장의 탁월한 지휘력과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던 미군들의 용맹함이 7일간의 지연전투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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