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교수 |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다반사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몰락은 단순히 승패 이상의 의미가 그 속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보수의 패배는 더 뼈아프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진보와 보수는 건전한 경쟁과 비판을 통해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양 날개라는 점에서는 어느 일방의 몰락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이번 지방선거를 차분하게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각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민주당 후보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2석에 그친 한국당을 압도했다. 특히 보수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 경남, 울산 등에서 최초로 자당 출신의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영남이 보수의 텃밭이라는 공식을 철저하게 깨뜨렸다.
226명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51곳에서 이겼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3분의 1 수준인 53곳을 챙기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는 16곳 구청장 중 민주당이 13곳을 쓸어 담았다.
무엇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장세용 당선자가 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접전 끝에 40.8%의 득표율로 누른 것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대구 경북지역을 사수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TK라고 해서 앞으로도 마냥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 대구 8개 구청장 중 7곳을 차지했지만, 민주당 후보와 한 자리수 내외의 격차로 힘겨운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대구의 대부분 구청장 선거에서 60% 이상을 득표하며 압승했던 것과 대비된다고 하겠다. 더 흥미로운 것은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 결과다.
광역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824명 가운데 647명(78.5%)을 당선시켜 풀뿌리 단위에서까지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또한 민주당 51.4%, 한국당 27.8%, 바른미래당 7.8%로 집계되어, 보수의 미래가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보수의 몰락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수의 몰락은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보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물론 기존의 낡은 보수를 유지하려 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도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비껴가지는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낡은 가치로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은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세력은 친일·군부독재 세력, 사익추구에 매몰된 정치세력들, 불공정·특혜에 힘입어 성장한 재벌·기득권들이다.
이제 권력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2018년과 어울린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외교·안보·경제 등 각 분야의 정책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요구한 것이 6·13 지방선거 결과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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