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특정 후보 선호라든지 질서와 안정, 변화와 혁신으로만 나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뷰파인더가 있다. 그 차이를 아는 싱글 남녀 절반 이상 또는 10명 중 7명은 정치성향이 같아야 연애한다고 답한다. 절반 이상은 역사적 관점이 상이한 이성과 교제가 어렵다고도 한다. 선거철에 꼭 나오는 결혼정보업체 조사의 통계적 유의미성을 떠나, 사랑하는 사이에 정치적 성향까지 일치하면 편한 건 사실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부부가 전체 10%가 안 된다는 사례도 이것을 반증한다. 보수의 품 안에 진보가 있을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으며 선거와 연애를 별개로 치면 그만일 테지만 6·13 지방선거에 맞춘 조사에서는 미혼자 4명 중 1명은 연인의 다른 정치 성향으로 연애를 고민하고 있었다. 정치 관련 대화를 회피하거나 슬기롭게 인정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어느 순간 맞부딪히는 지점이 꼭 생긴다.
이에 관한 학설들, 보수 성향 연인은 섹스에 보수적이고 진보 성향은 헤어질 때 잔인하다는 것 등은 입증이 좀 곤란하다. 보수적인 성향이 전염성 병원체 방어에서 진화했다거나 섹스에 제한적인지 문란한지와 같은 성 전략에서 왔다는 것 역시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를 넣고 돌려봐도 일반화가 어렵다. 정반대 정치 성향의 연인과 결혼이 가능하다는 남성 40.5%, 불가능하다는 여성 36.8%의 수치가 우선 보기에 오히려 선명하다.
뇌의 두께부터 보수와 진보가 다르다는 연구는 보다 결정적이다. 보수 성향은 공포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오른쪽 편도체가 크고 진보 성향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전대상피질에 회백질이 많다는 이론이다. 보수 성향은 공포 자극에 민감하고 진보 성향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토대로 신경정치학(Neuropolitics)이 등장했고 영리한 선거캠프에서는 신경정치학자를 영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뇌 구조 자체로 인해 유권자의 선택은 매우 '정서적'일 수 있다. 세상을 보는 확고한 관점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누군가의 정치 성향 파악은 어렵지 않다. 특정 정부를 비호하느냐 비판하느냐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려는 관성 때문이다. 구분이 쉬운 만큼 연인이 정치 성향을 강요하면 10명 중 2명이 헤어진다는 응답 결과가 은근히 우려스럽다.
이 모든 조사와 가설들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을 대입하면 일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자 사이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쓸데없이 서먹해지는 부부의 침실에도, 뇌 두께가 달라 고민하는 연인 사이에도 그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학이 아닌, 사랑의 변주곡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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