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이번 두 번째 천원 거래의 사연은 이렇다. 그동안 몇 차례 대전시 인재개발원에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강의 대상자들은 주로 공무원과 대전시 산하기관 직원이었고, 주제는 대전 원도심을 거점으로 활동하다 보니 대체로 원도심 도시재생 내용이거나 대전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것이었다. 올해는 중견간부 교육과정 수강생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강의 인연으로 사석에서 정책자문을 하다가 생긴 일이다. 교육생들은 교육일정 중에 팀별 정책과제를 제출하게 되어 있고, 대전에서 추진해볼 만한 정책이 있을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대전엑스포 이야기가 테이블에 올라오게 되었다.
대전역과 경부선 철도가 근대 대전 100년의 역사를 열었다면, 93대전엑스포는 현대 과학도시 대전을 열었던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대전엑스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인을 받아 개최된 세계 엑스포다.
1993년 8월 7일부터 (기간마저 공교롭게) 93일간 대덕연구단지 일대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로 국내외 1450만명이 관람하였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코미디언 강호동 씨가 악수 오래하기로 기네스기록을 세우는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다. 8시간동안 2만 8233명과 악수를 하였다고 하니 1초에 한 명 꼴로 악수한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엑스포를 상징하는 한빛탑도 높이가 93m이고, 엑스포장 내에서 받을 수 있는 스탬프 역시 모두 93종이었다.
그날 나는 대전엑스포의 의미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였고, 대전도 광주 1187무등산행 버스처럼 대전엑스포를 기억하는 버스를 운행하면 좋겠다는 칼럼을 썼던 것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미 다른 도시에서 숫자 이미지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으면 어떤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미지텔링이 필요하고,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재미있게 풀어 가면 되지 않겠는가? 일행 중 누군가 기회가 되면 그것을 추진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하였고, 즉석에서 나의 두 번째 천원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민간영역에서 추진되었던 사업들이 어느 날 문득 관(官)의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본래의 취지마저 변색돼 버린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일상적인 공감 없이 결과만을 취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내년은 대전방문의 해이다. 대전시로 출범한 지 70년 되는 해이고, 광역시 승격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대전시는 내년에 5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또한 소통의 테이블을 펼치면 현장에 대전고수(高手)가 많이 있다. 유쾌한 민관협치 천원 거래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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