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이 가장 조용한(?) 월드컵에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어쩌다가 이렇게 찬밥신세가 되었을까? 원인은 축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짐작 할 수 있다. 지난 달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민족 최대의 사건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월드컵 개막일(6월 14일)을 이틀 앞두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하루 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한반도 평화 무드라는 거대한 이슈에 묻혀버리는 모양새다.
축구커뮤니티에선 이번 월드컵에 대한 무관심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이슈가 아니었더라도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이다. 축구팬들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급격하게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지성,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등 국내 축구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축구팬들의 수준이 유럽 축구팬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도 무관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아사아 조별 예선에서 이란에 이어 조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4승 3무 3패'라는 성적은 한국이 더 이상 아시아 최강자의 위치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증명시켰다.
최근에 치러진 평가전에서도 대표팀은 기대보다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평가전의 의미가 부족한 점을 발굴하기 위함에 있지만 한결 낳아진 모습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은 신태용호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40%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월드컵에 대한 무관심.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닌 축구 자체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각종 대형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프로야구의 예를 본다면 더욱 명확해 진다. 설사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 하더라도 현재의 분위기라면 4년 후 한국 축구는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축구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야구 다음의 인기 스포츠다 축구에 대한 무관심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이번 월드컵 이후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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