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진 기자 |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근무 시간에 도로에 차를 세우고 제복 차림으로 간식을 먹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과 "경찰도 사람인데 간식도 못 먹느냐"는 의견이 대립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지하철 안에는 근무지로 이동하던 경찰관 2명이 타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조금은 귀에 거슬렸다. "너 그거 아냐 경찰은 제복 입으면 지하철 공짜로 타잖아, 정말? 우리가 제들 차비 내주는 거야? (경찰이)순찰차나 타고 다니지 이걸(지하철)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던 경찰관들의 표정은 말없이 굳어있었다.
과거 경찰관의 제복은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죄가 없는 사람도 괜히 움츠러들고 긴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제복을 입은 사람은 말 그대로 '봉'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난전화다. 지난해 장난전화로 처벌 받은 사례만 4천 건이 넘는다고 한다. 경찰에 대한 폭행도 줄지 않고 있다. 유흥가를 관할하는 지구대 경찰들에게 폭행은 일상다반사다.
그나마 경찰은 사정이 낳은 편이다. 또 다른 제복 공무원인 소방대원은 '머슴'이나 다름없다. 잠긴 문 따기, 말벌 집 제거, 휴대폰 분실, 하수도 막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지난해 전국 소방관들의 출동 건수는 80만 5천여 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구조와는 상관없는 생활민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선 스스로를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방관들의 말 못할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선 제복 입은 공무원들의 눈물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달 30일 유기견 구조를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들 3명이 안장된 것이다. 이들 중 2명은 임관식 제복도 입어보지 못했다. 동료의 영정을 보며 눈물 흘리는 소방관들을 보면서 꼭 이렇게 죽어야만 국민들의 애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씁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국민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제복 입은 수퍼맨이다. 이들을 존경하고 합당하게 예우해 준다면 이는 곧 국민들의 안전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제복을 입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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