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만사]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 승인 2018-04-16 10:14
  • 신문게재 2018-04-17 21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금기자
금상진 기자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겨울, 한 경찰관을 두고 인터넷을 잠시 뜨겁게 달궜던 적이 있었다. 근무 중이던 한 경찰관이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핫도그를 사먹는 모습을 지나던 한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행정안전부의 커뮤니티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네티즌은 "여성 경찰 공무원이 일방통행 도로에 정차하고 제복 차림으로 핫도그 가게에 주문하러 들어갔다"며 "일부 몰상식한 행동으로 공무원 전체가 욕을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근무 시간에 도로에 차를 세우고 제복 차림으로 간식을 먹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과 "경찰도 사람인데 간식도 못 먹느냐"는 의견이 대립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지하철 안에는 근무지로 이동하던 경찰관 2명이 타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조금은 귀에 거슬렸다. "너 그거 아냐 경찰은 제복 입으면 지하철 공짜로 타잖아, 정말? 우리가 제들 차비 내주는 거야? (경찰이)순찰차나 타고 다니지 이걸(지하철)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던 경찰관들의 표정은 말없이 굳어있었다.

과거 경찰관의 제복은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죄가 없는 사람도 괜히 움츠러들고 긴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제복을 입은 사람은 말 그대로 '봉'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난전화다. 지난해 장난전화로 처벌 받은 사례만 4천 건이 넘는다고 한다. 경찰에 대한 폭행도 줄지 않고 있다. 유흥가를 관할하는 지구대 경찰들에게 폭행은 일상다반사다.



그나마 경찰은 사정이 낳은 편이다. 또 다른 제복 공무원인 소방대원은 '머슴'이나 다름없다. 잠긴 문 따기, 말벌 집 제거, 휴대폰 분실, 하수도 막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지난해 전국 소방관들의 출동 건수는 80만 5천여 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구조와는 상관없는 생활민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선 스스로를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방관들의 말 못할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선 제복 입은 공무원들의 눈물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달 30일 유기견 구조를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들 3명이 안장된 것이다. 이들 중 2명은 임관식 제복도 입어보지 못했다. 동료의 영정을 보며 눈물 흘리는 소방관들을 보면서 꼭 이렇게 죽어야만 국민들의 애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씁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국민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제복 입은 수퍼맨이다. 이들을 존경하고 합당하게 예우해 준다면 이는 곧 국민들의 안전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제복을 입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