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찍 날아든 암컷이 가장 마음에 드는 영역을 골라놓은 수컷을 찜한다. '선 주거-후 결혼' 방식이다. 그다음 암컷은 두 번째 멋진 영역을 만든 수컷에게 대시한다. 후순위로 갈수록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암컷은 능력껏 배필을 선택한다. 꿈도 꾸기 어렵고 사랑조차 불능인 우리 청춘들처럼 상실감은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딱한 일도 벌어진다. 남은 수컷이 많은데 굳이 무성한 수풀을 차지한 수컷의 후처를 자처하는 경우다. 새끼를 잃을 위험을 차단하려고 직사광선을 피할 환경을 골라 후처의 길을 걷는다. 상대 수컷은 후순위인 자신의 새끼는 거들떠도 안 보면서 번식률을 최대화하려는 유전자 전쟁의 수단으로 쓴다. 강간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는 '안희정 처벌법'까지 만든다는 인간세계 눈높이로 이걸 재선 안 된다. 불륜을 사랑이라고 믿는 '혼외연애'와도 기본 전제부터 다르다.
새끼를 키울 집의 보유는 아무튼 인간사회와 유사한 조건이다. 저렴한 서민주택을 공급하는 정부 정책과 혼인율은 상관성이 있다. 전셋값이 10% 낮아지면 20대 대졸 남성의 결혼 비율이 9% 상승하기도 한다. 26만4500건으로 바닥을 친 국내 혼인 건수에는 최악의 취업난과 주택 부담이 투영돼 있다. 국내 결혼 1년 미만의 주거 점유 형태에서도 자가(37.7%)가 전세 비중(35.1%)을 최근 처음 앞질렀다.
저출산 극복을 가로막는 만혼과 비혼의 열쇠가 주택 문제에도 있다. 이들과 함께 이혼 및 별거, 노인 단독가구 등의 1인가구는 540만 가구(27.9%)로 파악된다. 양육비 측면에선 저소득 한부모가족 양육비 18만원으로 이유식 비용도 못 댄다. 그렇게 생존 문제에 직면하면서 증평 모녀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경제력 없이는 초라한 커플도, 화려한 싱글도 성립되기 힘든 이 세상은 멧새의 그 수풀보다 팍팍하다.
힘들다 보니 남성의 배우자감에 대한 경제력 기대치도 덩달아 치솟는 경향이 있다. 만혼의 이유로 남자는 결혼 비용, 여자를 출산과 육아를 먼저 꼽는다. 이혼 결정에서 남성은 자식 양육 문제, 여성은 경제적 독립 가능성을 최우선 고려한다. 복지로 연결되는 육아 지원 정책, 일자리 안정, 주택 지원 없이 출산율만을 정책 목표로 쓰면 실패하기 쉽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성적인 취향을 봄마다 바꾸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멧새와 우리가 비교당해서는 안 된다. 찌르레기는 배우자 바꾸기 스와핑까지 하며 혼외자식과 유전자를 퍼뜨린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 '너도냐'의 유투도 안 먹히는 동물계는 강간마저 종의 보존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은 바람기로 생존가(生存價)를 과시할 수는 없다. 이재록 목사(만민중앙성결교회)의 여신도 성폭행 혐의까지 터져서일까. 성범죄, 특히 권력형 성범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새, 라크 번팅이 많이 생각나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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