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건 8년 전이다. 신혼집을 전세로 시작했는데 전세보증금을 턱없이 올려달라는 말에 무리를 해서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들어오기 전 샷시교체와 화장실 리모델링 등 인테리어를 진행했는데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공사였다.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화도 많이 받았다. 입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니 빨리 공사를 끝내 달라는 전화였다. 그렇게 인테리어를 마치고 이사를 하게 됐다. 포장이사라 우리가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이삿짐업체는 새벽부터 와서 일사분란하게 짐을 정리했다. 우리 부부는 이사하는 집으로 먼저 가 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청소를 하며 짐을 기다렸다. 이삿짐이 도착하고 하나 둘 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사가 완료되는 시점도 점심을 넘기지 않았다. 당구장과 이사하는 날 먹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는 법. 점심은 중국집에서 시켰다. 그렇게 이삿짐 관계자들을 보내고 우리는 마지막 정리를 한 후 아파트를 돌며 떡을 돌렸다. 새로 이사왔다는 신고식 겸 공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인사를 다니는 우리에게 입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고 떡이 싫다며 그냥 가라는 반응 등 열에 일곱 집 정도에서 퇴짜를 맞았다. 결국 많은 떡이 남았고 한동안 간식은 떡이 대신했다.
지금은 이사를 했다고 떡을 돌리거나 인사를 하는 세대는 없다. 8년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이사가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얼굴과 마주치면 '새로 이사 온 사람이구나'하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사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다. 이사 며칠 전부터 박스를 구해 짐을 꾸리던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다. 리어카와 1톤 트럭을 이용한 이사도 지금은 구경하기 어렵다. 그 자리를 포장이사가 대신하고 있다. 포장부터 정리까지 반나절이면 다 이뤄진다. 지인과 친척 등에게 부탁을 안 해도 된다. 사는 곳을 옮기는 이사는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잊혀 지지 않는 날이다. 특히나 내 집을 장만해 이사를 하는 날은 더욱 더 그렇다. 그런 소중한 이삿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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