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보려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은 그저 흐릿한 배경처럼 느껴지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두고 멀리 있는 사람을 보려하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은 그저 내 앞이나 막는 존재에 불과해지지.'
박성우 시인의 트위터에서 본 이 글을 좋아한다. 시인은 앞에 있는 나무에 포커스를 둬 뒤쪽 숲이 흐릿한 사진과, 뒤쪽 숲이 선명한 대신 앞에 서있는 나무가 부옇게 보이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서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치에 통달한 것 같은 말이라고 느꼈다. 어느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한 쪽은 의미를 잃고 흐릿해진다. 포커스를 두지 않은 쪽에 대해선 기억은커녕 보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 할 것이다.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
한국에서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했을 때 포스터의 메인 카피는 '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조금씩 주목받고 있던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의 업적에 중심을 두고 관객을 모으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판 포스터의 문구는 전혀 다르다. 'You don't get to 500 million friends without making a few enemies'. '5억 명의 '친구'가 생긴 순간 진짜 친구들은 적이 되었다'는 은유적 해석처럼 영화 속 저커버그는 만날 수도 없는 전 세계 수억명과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맺느라 많은 순간을 옆에서 함께 했던 진짜 친구를 잃는다.
#3. 영화 속 저커버그는 먼 숲을 보느라 앞에 있는 나무를 보지 않았다. 우리도 그처럼 많은 순간 내 앞에 있어준, 나무같이 한결같은 존재들을 방해물로 여겼거나 무심히 잊어버렸을 것이다. 마음이 먼 곳을 향하는 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다만 잊어버릴 거라면 잃어버릴 각오도 해야 한다. 그것 또한 당연한 섭리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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