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
특히 선거판에서는 남의 이야기는 나쁘게 전하고 자신의 잘못은 두루뭉수리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의 경우도 지난 선거 때 흘러나온 음해로 인해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당시에 고발하려고 했지만 상대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소문만 남고 말았다. 아직도 이상한 소문이 되어 필자를 괴롭히고 있다. 다행히 조사가 진행되니 "내가 언제 그랬느냐? 00한테 들었다, 누구한테만 말했는데…"라고 하면서 발뺌하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가관이다. 필자가 음해에 시달릴까 걱정이 돼서 그랬다고 하니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사실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커피'라는 말을 했을 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필자는 양촌리(?) 다방커피(커피믹스)를 생각하고, 젊은 친구들은 주로 아메리카노를 생각한다. 또 어느 친구는 '에스프레소'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자신의 기호나 주관에 따라 그 의미를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 습관에 준해 판단하고, 아니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중심으로 인식하고, 혹은 처음 들은 것을 그대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것이 그대로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라고 했을 때 '커피콩(원두)'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콩의 의미보다는 적당량의 커피콩 가루와, 적당량의 물과 적당량의 설탕이 섞인 음료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의 요즘 인식되고 있는 커피의 의미다.
그래서 처음 말을 하는 사람의 인식이 중요하다. '분리수거'라는 말을 보자. '분리=서로 나누어 떨어짐, 또는 그렇게 함'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쓰레기를 배출할 때 하는 일은 분리가 아니라 '분류'가 맞다. 종류별로 나누는 것이다. 재활용품과 소각용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지 하나하나 쪼개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거 = 거두어 감'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배출하는 것이지 수거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어느 공무원(?)이 그들의 입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하자고 하니 그 말에 솔깃해서 국민 모두가 '분류배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온 국민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어다.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처음 들은 말을 진실 혹은 참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이들이 이것을 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전하는 사람이 참된 말을 해야 한다. 진실한 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거짓 혹은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근자에 세종시 교육청에서 중요 보직에 있던 사람이 술에 취해 밤길을 헤매다가 동사한 적이 있다. 세종시 교육청의 최고 책임자는 서둘러서 그것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줄 착각하게 된다. 나중에 밝혀진 것을 보면 그들은 함께 술을 마셨고, 취한 사람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그것은 분명 '동사(凍死:얼어 죽음)'지 심근경색사가 아니다.
어떻게 '凍死 = 심근경색사'로 의미가 변질될 수 있을까? '분류배출 = 분리수거'가 가능한가? 그래서 처음 말하는 사람은 진실을 올바로 알고 전해야 한다.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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