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편집부 기자 |
대한민국 매스컴이 연일 뜨겁다. 서지현 검사의 최초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한다)' 열풍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해마다 가을이면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이름 올렸던 고은 시인부터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서울예대 교수에 이어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들이었기에 충격이 더 크다. 이 중 조민기씨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전임교수라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민기씨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청주대 11학번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성폭력 증언들은 전부 사실"이라며 진실을 뒷받침했다. 또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현씨는 스스로 죄인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고, 오달수씨는 현재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역인 종교계와 언론계까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터지는 모양새다.
현재 폭로된 모든 성범죄 사건의 중심에는 '상하-권력관계'가 있다. 피해자들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치욕의 순간을 참아야만 했다. 왜 이렇게 피해자들이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살펴봐야 한다. 이것이 이번 미투 운동의 핵심이다. 여성들의 성범죄 폭로에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는 우리의 병든 조직문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인에게 돌아올 인사상 불이익부터 상대 남성의 명예훼손으로 역(逆)고발까지, 부끄럽지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6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로 인해 '여론 재판'은 가능하지만 '실제 재판'이 열리기는 불가능하다. 드러난 성범죄들의 발생 시점이 2000년~2010년이기 때문이다. 즉 피해당사자가 직접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는데, 문제는 고소 기간이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까지다. 제도적인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말로만 하는 예방은 쉽다. '3월 중 성범죄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피해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또 국회는 사회 각계에 뿌리내린 성범죄 근절을 위한 어떤 법안을 발의할지 궁금하다.
다만 한가지, 가해자 혹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대부분은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가)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김흥수 기자 t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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