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제 지난해가 되었습니다만 12월 동짓날 오후, 대전문학관에서 문학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문학콘서트의 제목, '대전문학의 빗장을 열어온 사람들'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전문학관은 개관한 이래 대전의 문학계를 이끌어 온 원로들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매년 10여명을 인터뷰하여 책자와 영상물을 만들어왔습니다. 4년간 서른아홉분의 이야기를 정리한데 이어 올해는 여덟 분의 이야기를 기록하였고, 여덟 분들의 근황을 듣는 좌담을 하였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은 책자와 영상물 씨디를 선물로 받았고 이 날은 동짓날이어서 팥죽을 함께 먹는 다과회를 가졌습니다.영상물 제작은 CMB가 맡아 촬영하였고 그 영상은 CMB의 '문학의 향기' 코너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지역문학관과 미디어 기관이 협력하여 지역의 문화적 의미를 기록해 나가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가운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때 그 시절 이 고장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 언어생활이나 생활풍습, 독특한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선정된 문인은 김영훈 아동문학가, 송한범 시인, 최자영 시인, 변상호 아동극작가, 이관묵 시인, 윤채한 시인, 배인환 시인, 오효진 소설가 이렇게 여덟 분이었습니다. 이들 문인들의 최근 근황은 글쓰기와 연구 활동 이외 다양한 취미생활로 은퇴 이후를 활력 있게 즐기고 있었습니다.우리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아카이빙은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하는 소중한 작업입니다.
이번 행사의 핵심어는 '문학유산'이라는 단어입니다. 문화유산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만 문학유산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생소합니다. 대전지역의 문학인들을 기록하는 일은 지역문학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임과 동시에 무형의 문화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대전문화재단은 내년 사업 방향을 세우면서 대전지역의 유 무형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단어를 새롭게 넣었습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가 '마을에서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이 하나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입니다.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지역문인 아카이빙 작업과는 별도로 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대전의 원로예술인을 분야별로 1명씩 선정하여 원로예술가들을 인터뷰하여 구술채록을 해왔습니다. 2017년 구술채록자는 국악(농악)분야에 김용근 선생님, 음악(합창) 분야에 윤창국 선생님, 문학일반 분야에 황충민 선생님, 연예(연주)분야에 최효식 선생님, 문학분야에 최원규 선생님이셨습니다.
다가오는 1월 18일에는 70대 이상 시각분야 원로 예술인들의 작품전시를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오프닝 할 예정입니다. 지역의 원로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일은 지역문화자원을 기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현재의 삶을 기록하여 미래유산으로 이어 나가게 하는 유무형의 문화유산 비중도 커질 것입니다. '내 삶이 문화유산이 된다'는 비전은 우리의 일상 문화를 바꾸어놓을 것이라 봅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 의하면 2017년 한해 마을만들기에 참여한 공동체가 93개, 참여 인원만도 820여 명에 이른다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은 문화프로그램을 하게된다는 것입니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장르는 문화공간에 기대어하는 것이라면 마을도서관, 아파트 내 회의 공간 또는 개인집들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은 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우선순위인 육아에서부터 자녀교육, 먹거리 마을환경개선 등에서 출발해서 점차 확대되면 마을축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마을주민들이 각자의 품을 팔아 이웃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마을신문, 마을방송, 마을축제, 그리고 마을 공유공간을 넓혀나가는 과정은 개발과 도시화에서 사라졌던 사람사는 재미를 알게 해주며, 여기에 문화예술은 맛과 멋과 색을 입혀주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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