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여행을 하다 산책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거리 공연에서 잠깐이라도 매혹된 느낌을 받았다면 횡재한듯한 뿌듯함을 갖게 되리라."
엊그제 엑스포 남문 광장 무빙쉘터에서 대전마을합창축제가 열렸다. 51개 동 마을합창단과 구립합창단들이 경연형태가 아닌 그동안 연습한 것 중 선곡해 발표하는 기량을 자랑하는 축제형태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합창을 통해 모였던 합창단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감동적인 무대가 가을 밤을 수놓았다.
특히 올해는 실내공연장을 벗어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며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야외이지만 천장 가림막도 있는 무빙쉘터는 그 어떤 공연보다 합창하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게다가 공을 들인 무대설치는 그 어느 때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관람객들에게는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이 주는 적당한 쾌적함, 고정된 객석이 주는 엄중함을 벗어난 이동의 자유가 있었다. 야외무대는 참석의도를 갖지 않은 관객도 유인하게 한다. 개막의 긴장이 풀리고 합창단들도 즐기는 분위기 속에 합창단원인 엄마를 응원하러 온 가족들, 공원산책하다 들린 분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자리로 들어와 앉지 않고 서서 구경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는 외국인 그룹이 있었다. 관광객이라기보다는 사업차 온 듯한 모습인데 지나가다 합창 소리를 듣고 잠깐 볼 듯하다 아예 핸드폰으로 촬영까지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어느 나라를 방문했다 우연히 마주친 거리 공연, 그 나라 주민들이 모여 격식을 갖춘 무대에서 합창하는 장면은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 우연히도 외국인들이 촬영할 수 있었던 순간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아리랑을 부르는 차례였다. 나는 개막 직후부터 3시간을 지나서야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는데 그 외국인들이 잠깐 한국인들의 흔하지 않은 일상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 공연이 국제적 행사의 일환으로 보는 무대공연이었다면 횡재 같은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책길에 우연히 주민들의 마을합창을 보게 된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자 평화로운 정경인듯한 이미지로 각인되었을 듯 하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돌아와 대전을 생각한다. 대전은 크고 작은 음악공연이 많은 음악 도시이다. 미을합창, 구 단위의 구립합창, 직장 단위의 합창단들도 활발하다. 이들 합창단을 리드해주는 지휘자들과 반주자들 숫자까지 합하면 합창과 관련한 음악 인구가 많은 것이다. 작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전에서 20회째를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배 진국 합창경연대회에서 받은 합창의 감동, 그동안 스피커를 통한 음악 소리에 무뎌진 내 귀에 쏟아져 들어온 아름다운 화음, 살아있는 음악은 축복이었다. 음악으로 샤워한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대전을 하모니 도시로'라는 슬로건을 떠올렸다. 협력, 조화, 어울림, 하나 됨이 문화적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것은 큰 행사 몇 개로 가능하지 않다. 대전시가 문화재단을 통해 개인과 단체로 지원되고 있는 크고 작은 사업들은 대략 계산해도 600여 개다. 나는 이들을 실핏줄 지원 전략이라 표현한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실핏줄까지 문화적 산소를 보내는 것. 우연히 만난 거리 공연, 우연히 들어간 전시장에서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협업해서 이룬 작품들 속에 대전의 문화적 가치를 확인하는 기쁨. 그것들이 어우러지는 활력소가 도시의 일상을 브랜드화해내고 하모니 도시로 만들어가리라 믿는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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