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한 언론도발을 일삼는 이 신문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 사무실에 이 신문 있다”던 그 인민일보 자매지다. ‘중국산 김치 사먹고 돌았냐’라고 했으면 조금은 덜 분개했을지 모른다. 김치 종주국이 우리지만 작년 김치 수입액은 1억2149만 달러였다. 수입 김치 99%가 중국산이고 식당은 중국산이 장악했으니 김치를 예찬해도 시원찮다. 집필한 논설위원이 한국의 표상으로 이해한 김치, ‘김장문화’는 실제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됐다.
그러나 신라를 뺀 한국 고대사를 중국사에 쑤셔 넣으려는 무개념으로 미뤄볼 때 김치도 영구히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 등재되자 중국 단오제를 등재했다. 조선족 농악도 중국의 문화유산에 올랐다. 뒤이어 한국의 농악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렸다. 하늘초고추로 담그는 쓰촨 파오차이(泡菜)는 1300년 전에 한반도로 건너갔다는 김치원조론을 내놓고 기다린다. 중화사상이 바닥에 깔린 발상이지만 김치는 우리 것이다.
사드 배치에 김치를 엮어 겁박한 중국 언론의 몰상식에 그래서 더 분개하는 것이다. 6차 핵실험 때는 침묵한 이 신문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한미 합동훈련을 ‘한국이 술에 취한 듯하다. 손봐줄 필요가 있다’고 위협했다. ‘(한국이) 결국 미국의 바둑알로 전락했다’며 ‘한판 붙어보고 싶다면 상대해 줄 수밖에 없다’는 조폭 수준의 사설을 휘갈겼다. 이제는 우리의 원형질인 김치로 음식과 문화와 종교를 대놓고 힐난한다. 대한민국을 부평초에 비유하며 겁박한 사설에 비트겐슈타인 식의 ‘단순히 왕왕거리고 윙윙거리는 소리의 세계’와 ‘의미 있는 소리의 세계’로 분화시켜 본다.
그렇게 환구시보 논조를 분석하니 논리적 공간에 머무는 듯해도 왕왕거림이다. 우리들이 아는 모든 것, 단지 왕왕거리고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리지 않은 모든 것은 세 낱말로 말해질 수 있다고, 퀴른베르거가 그랬다. 발행 부수 200만부와 하루 1000만 클릭을 자랑하는 환구시보의 사설 같지 않은 사설은 “참 나쁜 사설(社說)” 세 낱말에 담을 가치조차 없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김치 먹고 갈래?” 라면이던가?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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