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시장, 교육, 인프라 등이 비교적 유연한 선진국은 경제적 수혜가 예상되지만 신흥국은 자산시장 및 저숙련 노동자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소지가 높다는 사실은 4차 산업혁명 준비가 미흡한 한국에는 적지 않은 파급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들 순위를 매긴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은 139개 평가 대상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다. 스위스·싱가포르·네덜란드·핀란드·미국 등 선진국이 1~5위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28위, 러시아 31위, 인도는 41위에 머물렀다. 노동시장 유연성 면에서는 139개국 중 83위에 그쳤지만, 교육시스템과 SOC, 직업기술은 각각 19위, 20위, 23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IT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했던 것보다 훨씬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기술직은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에 처할 수 있고, 로봇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사무ㆍ행정직까지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지능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보유한 근로자일수록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고 경영측에 대하여 균형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못한 근로자는 적시 노동 수요 환경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이다. 기계가 미숙련 일자리를 대체하고, 자본이 노동보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하며,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부를 독점하는 것은 정보혁명 진전과 함께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경향이다.
이 같은 변화는 생산과 경영은 물론, 정치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만하다. 생산과 유통비용을 떨어뜨려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줄지언정,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를 심화시키고 노동시장에 공급초과가 만연해 1차 산업혁명기 못지않은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다보스 포럼을 창시한 클라우스 슈밥은 “4차 혁명은 자본과 재능, 최고의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다”며 “장기적으로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있어 윤리적, 법적인 통제와 자율주행차에 의한 사고발생시 누가 책임을 질지에 대한 문제 등 윤리적, 법적인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교육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사회적 문제다. 학교를 통한 기존의 획일적인 ‘대중교육’의 시대에서 벗어나 앞으로 자율화, 융합화, 첨단화, 유연화 등의 가치가 강조되는 교육의 개인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국 4차 혁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면 승자가 될 수 있지만, 낙오하면 일자리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가 4차 혁명 적응 순위에 한국을 25위에 둔 데서 보듯,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규제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개혁이 필수적이다. 기술인력을 확충하고 기존 인력도 신기술로 무장시켜야 한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동개혁의 단초라도 미리부터 만들어 두어야 한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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