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찬 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구글은 2001년부터 인공지능 및 관련 분야에 280억 달러(약 33조원)를 투자했고, 일본 도요타 역시 10억 달러로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이미 인공지능 로봇을 상용화해서 백화점 등에 배치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포털사이트 회사 바이두가 3억 달러를 투자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관련 서비스의 계획이나 개발 단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480억원 정도를 투자한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 보면 미국은 2013년 세운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전략하에 매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이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인공지능 기반 로봇혁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1000억 엔(약 1조500억원)을 인공지능 분야에 투입했다. 한국은 ‘알파고 충격’ 직후인 지난 3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분야를 포함하는 지능정보 산업에 5년간 1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진국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현대자동차 등 6개 기업이 참여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도 설립하기로 했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러한 산업정책 구상 및 연구인력 육성 투자와 더불어 스타트업들의 창조적 재능이 재벌체제의 독점구조나 정경유착에 질식되지 않도록 제도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들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유물인 ‘빠른 추격자 전략’의 관성에서 환골탈태해 ‘창의적 선도자’ 혹은 ‘새로운 시장 형성자’로서의 체질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지언정 고용과 소비, 빈부격차 등의 부문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해서 좀 더 총체적으로 생산과 고용, 소비를 선순환 시킬 수 있는 경제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로봇공학, 기계학습의 영향으로 기존 일자리가 대체됨에 따라 산업분야별로 요구되는 직무역량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무역량 안정성(Skills Stability) 전망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FS) ‘분야 종사자의 직무역량 안정성의 변화가 가장 크다. 기술발전 및 산업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역량의 변화 정도를 의미한다. 앞으로는 설득, 감성지능 등 사회관계 기술이 프로그래밍, 장비운용 등 좁은 범위의 기술보다 수요가 높아질 것이므로, 사회관계· 협업 기술의 보완이 필요하다. 과거 전통적 공인자격과 하드스킬을 위한 교육보다는 다양한 직무기술 요구되었으나 현재 모든 산업부문에서 널리 쓰이는 35가지 핵심 직무기술 역시 빠른 변화에 따라 곧 와해의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복합문제 해결능력(Complex-Problem solving skills)’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어 직무역량 중 인지역량(Cognitive ability)에 대한 요구 수준 증가가 가장 높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및 고용시장 변화에 대응해 노동시장 유연성 개선, 교육 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 미래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글로벌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과 인력 재교육 시스템 개선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은 사물인터넷(IoT), 로봇 부문은 경쟁력이 있으나, 드론이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분야의 기업 경쟁력 수준은 미약하다. 따라서 산업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 인력의 지속적 재교육 및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유연성 있는 직무역량 강화 체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병찬 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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