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어떤 사람입니까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어떤 사람입니까

  • 승인 2017-06-08 15:41
  • 신문게재 2017-06-08 23면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새 정부가 발탁한 인물에 대해 뉴스 진행자가 던진 첫 말이 “어떤 사람입니까”였다. 이에 취재기자가 답한 것은 출신지, 학력, 경력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또는 일생이 저렇게 간단하게 정리되어 회자되고, 뉴스 시간을 통해 언급되는 소위 팩트라는 언급들이 그렇게 통용되어 버리곤 한다. 한 사람의 삶이 그렇게 간단하게 판단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의 잣대는 여전히 이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스펙을 쌓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다.

‘왜 문화인가’라는 물음 앞에 때로는 이유가 많을 때도 있고, 때로는 ‘정말 왜 문화이지’라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팩트라는 사실로 정리하면 몇 줄이지만 ‘글로 쓰면 책 한 권은 넘는다’라는 것이 문화이고 그 속에 감동이 담겨 있으면 인생이 예술일 것이다.

대전문화재단이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첫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예술가 만들기 프로젝트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예술장르를 전공한 대학 졸업 후 5년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까지 문화재단이 운영해왔던 방식은 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이에비해 이 ‘첫술 프로젝트’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라는 형태로 공모방식을 취하지만 핵심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에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첫술 프로젝트 응모자는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그동안 공모사업을 해보지 않았던 무경력자들이어야 한다.

바라건대, ‘첫술 프로젝트’는 전공 불문 학력 불문 경력 불문의 청년들이 모여 예술이 무엇인지 다시 논의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 고민해 예술적인 것을 만들어가는 실험과정이었으면 한다. 그 실험성을 지원해주는 방식이었으면 한다. 방식에 대해서는 사업 담당자들의 고민은 여전히 있다. 일단은 모두에게 첫술인 셈이다.

‘첫술 프로젝트’ 이전에 ‘차세대 아티스타’라는 사업이 있었다. 35세 이전의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첫해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공부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다음해는 이를 바탕으로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 사업은 여전히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 착안하여 갓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차세대 아티스타’에 도전하기 이전인 아티스트로 발판을 굳히기 전 고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과제를 찾아가는 멘토링이 더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이러한 구상의 연계선에서 예술대학 담당교수진들과 회의도 하였고, 그 범위를 더 넓혀갈 계획이다. 5개 구 구청 문화예술담당자들과의 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청년들의 미래를 눈에 보이는 몇 개 되지 않은 취업의 유형에 붙잡아 놓지는 말아야 할 것이고 더더욱 예술분야는 그러지 않아야 예술이지 않은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삶에 물음의 방식을 바꾸어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면 그것이 자서전이 되고 평전이 된다. 재미와 감동의 예술장르가 덧붙여지면 작품이 된다.

‘왜 문화인가 왜 예술인가’라는 물음은 제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인 지금 이 시점에서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다. 문화의 세기를 예고하면서 창의력, 통찰력, 성찰력, 문화적 감수성은 시대적 과제였다. 먹고살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우리가 더욱 투자해야 할 것은 문화적 감수성에 의한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