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왜 문화인가’라는 물음 앞에 때로는 이유가 많을 때도 있고, 때로는 ‘정말 왜 문화이지’라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팩트라는 사실로 정리하면 몇 줄이지만 ‘글로 쓰면 책 한 권은 넘는다’라는 것이 문화이고 그 속에 감동이 담겨 있으면 인생이 예술일 것이다.
대전문화재단이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첫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예술가 만들기 프로젝트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예술장르를 전공한 대학 졸업 후 5년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까지 문화재단이 운영해왔던 방식은 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이에비해 이 ‘첫술 프로젝트’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라는 형태로 공모방식을 취하지만 핵심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에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첫술 프로젝트 응모자는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그동안 공모사업을 해보지 않았던 무경력자들이어야 한다.
바라건대, ‘첫술 프로젝트’는 전공 불문 학력 불문 경력 불문의 청년들이 모여 예술이 무엇인지 다시 논의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 고민해 예술적인 것을 만들어가는 실험과정이었으면 한다. 그 실험성을 지원해주는 방식이었으면 한다. 방식에 대해서는 사업 담당자들의 고민은 여전히 있다. 일단은 모두에게 첫술인 셈이다.
‘첫술 프로젝트’ 이전에 ‘차세대 아티스타’라는 사업이 있었다. 35세 이전의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첫해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공부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다음해는 이를 바탕으로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 사업은 여전히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 착안하여 갓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차세대 아티스타’에 도전하기 이전인 아티스트로 발판을 굳히기 전 고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과제를 찾아가는 멘토링이 더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이러한 구상의 연계선에서 예술대학 담당교수진들과 회의도 하였고, 그 범위를 더 넓혀갈 계획이다. 5개 구 구청 문화예술담당자들과의 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청년들의 미래를 눈에 보이는 몇 개 되지 않은 취업의 유형에 붙잡아 놓지는 말아야 할 것이고 더더욱 예술분야는 그러지 않아야 예술이지 않은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삶에 물음의 방식을 바꾸어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면 그것이 자서전이 되고 평전이 된다. 재미와 감동의 예술장르가 덧붙여지면 작품이 된다.
‘왜 문화인가 왜 예술인가’라는 물음은 제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인 지금 이 시점에서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다. 문화의 세기를 예고하면서 창의력, 통찰력, 성찰력, 문화적 감수성은 시대적 과제였다. 먹고살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우리가 더욱 투자해야 할 것은 문화적 감수성에 의한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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