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인사(蕩平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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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인사(蕩平人事)

  • 승인 2017-06-01 16:34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비서실장을 가장 먼저 임명했다.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통합에 적합한 인재라는 평이 있고 호남 출신 이낙연 총리 내정자는 탕평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어서 검찰 출신이 맡아온 관행을 깨고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등 파격적 인사가 이루어졌다. 양성평등 측면에서, 사상 첫 여성 보훈처장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과, 또한 사상 첫 여성 인사수석으로서 조현옥 인사수석을 임명했다. 개혁적인 측면에서,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낙점했다. 투명한 나라 살림을 위해 공무원 출신 이정도 총무비서관 임명도 눈길을 끈다. 특히 청와대 수석 중 조국 민정수석(부산),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조현옥 인사수석(서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전북), 김수현 사회수석(경북), 대변인 박수현(충남) 임명도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82.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선시대 22대 정조대왕은 한마디로 진보적 개혁을 꿈꾸면서 보수적 개혁을 추진한 정치가였다. 정조 시대에 왕권을 강화하고 신권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개혁 추진을 위한 길이었다면, ‘탕평’은 보수적 개혁의 성격을 가진다. 붕당의 폐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정조는 탕평을 통해서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개혁을 단행했던 것이다. 탕평이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크고 공평하게 쓰겠다는 통치관이다. 즉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것이다. 제도개혁보다 인사개혁이 강조되는 정책이다. 인사 중심의 개혁인 탕평은 그래서 보수적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매사가 순리적으로 풀린다.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무엇보다도 적재적소에 인재가 균형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가 잘못되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새사람을 뽑는 일은 인사의 초석이다. 인선에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함은 당연하다.

인적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철학과 신뢰다. 철학이 없이 서로 신뢰하지 않는 인적관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적관리가 아니다. 철학과 신뢰가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적관리가 물적 자원관리와 다른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 일 더하기 일이 백이 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이 있어야 하고, 그로써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이 없는 이전투구가 득세하고 있고 상호 신뢰보다는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인사가 만연되고 있다.

인사는 사람과 직책, 사람과 사람을 조화시키는 작업이 아닌가. 직책에 부합되는 객관적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 군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그들 중에서 상하좌우로 잘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직업이 필요하다. 선호하는 보직이라 하여 다수에게 나누어 맡길 수 없고 유능한 인재라 하여 1인을 여러 부서에 다 보낼 수도 없다. 마치 루빅큐브(Rubik‘s cube)를 맞추는 일처럼 하나를 바꾸려면 수없는 작업을 되풀이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인사에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함이 요구된다. 국가의 지속적 성장은, ‘인사가 만사’라는 기본 원칙이 올바로 준수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역사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려면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소통과 협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용적 태도로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용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국민께 제시했던 대통령 공약과 개혁정책을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경제 및 문화적 발전을 위한 대한민국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리더십의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인은 정치에 전념하고 국민은 국민의 일에만 몰두하는 사회, 곧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사회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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