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카드사는 조직특성 고려…다소 시일 걸려
“정규직 전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종별 상황도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발맞춰 금융계도 정규직 전환의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기간제 근로자 중 사무인력의 4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씨티은행은 일반사무 전담직원과 창구직원 300여명을 정규직 행원과 같은 직급으로 일괄 전환할 계획이다. 금융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준비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과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대규모 전환한 바 있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비정규직 비중은 4.8% 안팎에 불과하다. 다소 수월하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영업 비중을 높이면서 신규채용에 인색한 모습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보험·카드·증권업권은 정규직 전환에 난감한 모습이다.
카드사는 전화상담(TM) 인력이 많아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 카드모집인도 7만여명이나 된다. 지역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부담까지 늘어나면 운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공감하지만, 보험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설계사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추진은 힘든 일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의 경우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를 통틀어 보험 설계사가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산재·고용보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실적이 없어도 일정 급여를 줘야 한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니 어쩔수 없이 따라가야하는 것은 맞지만 보험사 조직을 보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설계사들에게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급여를 보장해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도 탄력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업 특성상 증권사 계약직은 대부분 고액 연봉자들로 성과를 낸 만큼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구조다. 몸값에 따라 이직도 잦은 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업종 간 구조적인 차이가 있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업종별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후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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