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판 한심한 수준
대전 최초의 발굴 문화재인 ‘괴정동 유적’이 발굴 50주년을 맞았지만 무관심 속에 수십년 간 방치되고 있다.
괴정동 유적은 지난 1967년 8월 국립중앙박물관 주도로 우리나라 초철기시대 무덤 중 대나무모양의 동기(銅器)와 방패모양의 동기를 비롯해 덧띠(粘土帶)토기, 검은간긴목단지(黑色磨硏長頸壺 ) 등 다수의 수준 높은 청동기 관련 유물 17점이 일괄로 발견된 대전의 대표적 선사유적지다.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된 발굴유적이자 전국적으로도 청동기가 세트로 발견된 것으로는 괴정동유적이 최초라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발굴 이후 세워뒀던 문화재 표지석은 부실한 관리로 지난1989년 인근 택지개발과 함께 땅에 묻혔으며, 그 유적지에는 양옥 주택이 건축돼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대전문화유산협의회 등 지역 문화재 단체는 대전시 1호 발굴 괴정동 유적 공원화 청원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과학도시 대전’의 시간을 무려 2000여년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관심 소홀로 수년간 방치돼 있어 보존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동기 시대의 과학은 청동기 제작기술로 집약돼 있는 만큼 과학도시 대전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하고 대전의 청동기문화의 우수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괴정동 유물 출토 50주년을 맞은 만큼 이에 맞는 기획전시를 서둘러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1967년 대전 괴정동 유적을 시작으로 화순 대곡리, 아산 남성리 등 잇달아 청동기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며 “50주년을 맞는 올해 괴정동 유적의 토지를 매입하고 발굴조사를 실시해 무덤의 위치를 확인하고 표지석을 새롭게 세우는 등 우수한 대전의 청동기 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는 부지가 본래 민간 소유였기 때문에 관 차원에서 안내판, 문화재 지정 등 보존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안내판, 문화재 지정은 토지 소유주의 반대가 있어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올해 50주년을 맞아 전시를 계획하고 비공식적으로 대여 요청을 하고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유 중요유물로 대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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