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 경제과학부 차장
“원하는 곳도 많은데, 굳이 대전을 선택할 필요는 없죠.”
민간자본 투자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이 팽배한 대전을 두고 말이 많다. 국고 보조를 받거나, 자체예산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데도, 무슨 배짱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사실 대전은 다 컸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조금이라도 나올만하면 그린벨트가 가로막을 정도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윤허’를 겨우 받아낼 수 있다. 그것도 극히 일부다.
기업들이 주요 투자처 명단에 대전시를 올리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랫동안 힘겹게 기업을 설득해 ‘MOU’(양해각서)라는 걸 체결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국토의 중심, 지리적 이점 등을 강조하는 대전시의 유혹에 넘어가는 기업도 적지 않지만, 머지않아 후회한다.
처음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해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약속한다. 대기업 등 투자자들은 그걸 믿고 밑그림을 그리거나, 구체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는 중단하거나 손을 뗀다. 속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유니온스퀘어가 대표적이다. 믿었던 대전시가 관련 정부부처나 반대세력 하나 설득하지 못해서다.
대전은 유독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사이언스콤플렉스, 현대백화점이 하는 용산동 현대아웃렛, 롯데건설이 맡은 유성복합터미널, 도안 갑천친수구역개발사업, 월평근린공원을 비롯한 도시공원,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등 조(兆) 단위 사업이 수두룩하다.
모두 민간자본을 토대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원활하게 진행되는 건 하나도 없다. 한고비 한고비를 넘을 때마다 걸림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전시만 탓할 건 아니다.
관련법을 개정하고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소용없다. 대전시에 유리하게 협상을 잘해도 마찬가지다. 고지에 오를 때마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의 자영업자들은 생업전선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데, 소위 ‘돈이 돌 수 있는 개발’은 무조건 안된다고 외친다.
수십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은 땅주인이 대전시 정책을 믿고 땅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아무 관련도 없는 이들이 나서서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상한 거부감이다. 한 분야를 잘 아는 전문성은 다른 분야는 잘 모르는 편협성이 될 수도 있다. 과감한 민자유치를 위해 힘있고 넓은 시야를 가진 대전시가 필요할 때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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