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널 기류에 다른 시중은행들 “우리도 조만간…”
씨티은행이 어수선하다.
이런 씨티은행을 바라보는 시중은행들의 마음도 심란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영업지점을 전국 126개에서 25개로 축소하는 대규모 점포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영업점에 80%에 달하는 101개 지점을 폐쇄하는 것이다. 대전도 3개의 점포를 1개로 줄일 계획이다.
씨티은행 측은 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28일 조합원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임금과 단체협상 교섭 결렬에 대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4%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오는 8일 열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가 결렬되면 10일부터 씨티은행 노조는 단체행동에 나선다.
노조 측은 폐점되는 영업점 직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점포 축소를 반대했다. 또한, 전체 임직원 30%가량인 800명이 새롭게 배치되는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가 사실상 콜센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역 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대전에서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라고 하는 것도 힘든데 영업만 해온 내가 업무와 상관없는 콜센터 업무를 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본사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처지에서는 자연스럽게 나가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씨티은행 측은 고객 거래의 95% 이상이 비대면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차원의 통폐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121억원으로 전년대비 6%나 감소했다. 2011년(4568억원)에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결국, 수익 극대화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 확대를 선택했다는 견해이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이 정체된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영업점포와 현금입출금기(ATM) 등 대면 채널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는 등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은행영업점 수는 7103곳으로 전년 대비 175곳이 줄었다.
지역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면서 “최근 몇 년간 점포가 꾸준히 줄고 있다. 조직운영체계도 자주 바뀌는 편이다. 우리도 어떻게 환경이 급변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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