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를 미리 가늠해볼 주요 후보의 대선 공약에도 이 이슈가 빠져 있거나 전략적 유대 지속 등의 장밋빛 일색이다. 한미 FTA를 서로 자신들 업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후보들의 청사진은 미덥지 않다. 당근책이든 맞불전략이든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주요국들과 우리의 대처법도 다르다. 전면 재개정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상응하는 조치를 마련해둘 시점이다.
지역경제 발전 활용률 끌어올리기에 바쁜 지자체들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재협상이나 파기는 허세 섞인 엄포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 협정을 거의 연일 거론하며 대외 무역 격차 해소 필요성을 강조한다. ‘공식 채널’ 운운하기 전에 재협상에 대한 사실상의 공식 제안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 같다. 최소한 추가적인 관세율 인상 요구에 직면할 게 뻔하다.
새 정부가 곧 들어서면 무역적자를 ‘아픈 사실(hard truth)’로 인식하는 미국과의 경제교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협정 폐기까지 몰고 가지 않을지라도 한국 시장 추가 개방 등 미국 이익 극대화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 확실시된다.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관광, 금융, 보헙, 법률 서비스에서 미국도 이득을 얻는 반면 우리는 농업 생산 감소 등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협정의 성과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설명만 갖고 위기를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
재협상과 폐기 중 어디에 방점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은 한미 FTA뿐 아니라 나프타(NAFTAㆍ북미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 각 교역 대상국과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 전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무역협정 파기를 포함한 경우의 수가 다 들어 있는 셈이다. 분야별로 확실한 예상 대응 카드를 갖춰야 사드에 이어 FTA의 덫에 빠져들지 않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