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
벗(友) 꽃피는 봄 밤, 이라는 이름을 붙인 문학콘서트가 엊그제 대전문학관에서 열렸다. 육필자료전이 열리는 전시장에 문학 좀 하는 시민들이 빼곡하게 앉았다. 유명문장가의 친필 원고를 전시하고 있는 장소에서 문학콘서트를 하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공연장이 됐다. 요즘 어딜 가나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모여 진지하게 초청 작가의 말에 귀 기울였다. 초청 작가는 ‘책만 보는 바보’ ‘갑신년의 세 친구’ ‘시인 동주’ 등 역사 속 실제 인물의 청춘시절을 함께 한 벗(友)의 이야기를 그린 안소영 소설가였다. 안 작가는 200년 전 이덕무, 100년 전 윤동주 시대 역시 사람 사는 건 비슷했고 뜻을 같이 벗들이 있었기에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 시대적 배경은 달랐지만, 변화를 바라는 간절하고도 간곡한 마음이 글로 남아 문화적 정신적 유산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담 중간 중간에는 ‘청춘마이크’팀의 하나인 2인조 보라밴드가 청중을 즐겁게 해줬다. 진지함과 유쾌함, 육필전시의 무게가 담긴 문학콘서트였다.
‘매마수’,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면 곳곳에서 문화공연이 이루어진다. 정오 대흥동 ‘문화공간 주차’에서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직장인을 위한 작은 위안이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청춘마이크 팀들이 출동해서 원도심, 대전역, 버스터미널, 지하철 곳곳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목적지를 향해 총총 서둘러 가기보다는 청춘예찬에 귀 기울여 주십사 부탁하고 싶다. 정말이지 갈 곳을 향해 뛰어가던 기차역,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통로들이었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곳곳에 무대들이 있었고, 버스터미널에는 미술전시관도 있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책 제목처럼 ‘매마수’에는 반드시 돌아보자. 잠깐 멈춤으로 쉼을 얻을 수 있는 문화 향유와 문화적 권리를 찾자.
문화란 나에게 우리에게 무엇인가 되묻는다. 단순히 쉼인가 여유인가. 어딜 가나 건강 정보가 넘친다. 백세 시대의 최우선 가치는 건강이다. 무얼 먹으라는 정보와 방법도 이제 피곤해 있을 즈음 살짝 비켜 돌아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가 곳곳에 있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축적해 왔던 문화적 양식들이 여전히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DNA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적 문화의 힘을 확인해 볼 때이다. 동춘당이라는 국가보물 바로 뒤편 담 넘어 그 집안의 사당인 가묘와 별묘가 있다. 송준길 선생만 따로 모시는 별묘가 있어 돌아가신지 3백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것은 이를 지켜내고자 전통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호랑이 앞에 역사적으로 확인된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으로 무장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보면 살길이 보일 것 같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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