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활성 기여…‘주민자치’ 실현
통장(統長)의 역할이 달라졌다. 동 주민센터의 행정 업무를 지원하던 역할에서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주민자치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23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자치구마다 통·반 설치 조례를 개정해 ‘복지통장’으로서의 권한을 부여했다. 2015년 서울에서 일어난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위기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한 변화 중 하나다.
앞서 통장의 역할은 동 주민센터의 행정적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민의 거주 사실을 확인하거나 행정시책을 홍보하고 민방위 통지서 등 각종 문서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많은 업무가 전산화되고 복지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통장 역할이 변하는 추세다. 일부 자치구가 기존에 통장이 일일이 전달하던 민방위 통지서를 신청자에 한해 이메일이나 문자로 받아볼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복지허브화를 통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긴급지원 요청 등으로 상당 부분 대체됐다.
통이나 동(洞) 단위 봉사활동 등을 통한 마을공동체 강화에도 통장의 역할은 크다. 여론 수렴과 동향 파악 임무가 조례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이상을 넘어 주민자치 활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동 주민센터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대덕구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우리 동의 경우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구가 많다 보니 통장 업무의 40~50%가량이 복지 업무”라며 “주민센터가 미처 손을 뻗지 못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통장이 아니라 자치적 관점에서 복지통장 개념으로 나아가는 게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방향”이라며 “서울에선 복지통장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동장과 통장, 주민 공동체의 참여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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